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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by 마을지기 posted Mar 0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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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로마서 7:24
설교일 2017-03-05
설교장소 구미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사순절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 성서 본문

 

아, 나는 비참한 사람입니다. 누가 이 죽음의 몸에서 나를 건져 주겠습니까?

 

― 로마서 7:24 ―

 

■ 들어가는 이야기

 

상큼함과 따뜻함이 동시에 전해오는 3월입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3월에는 1919년에 삼일운동이 있었고, 4월에는 1960년에 4.19혁명이 있었고, 5월에는 1980년에 5.18 민주화운동이 있었고, 6월에는 1987년 6월 항쟁이 있었습니다. 민주화의 역사는 대개 봄에 이루어졌습니다. 봄의 기운이 이처럼 위력적입니다. 성령님의 세찬 기운이 새봄과 함께 여러분의 삶 속에 구석구석 스며들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 비참함의 도미노

 

오늘은 사순절 첫째 주일입니다. 예수님의 고난을 기념하는 절기입니다. 또한 우리의 고난도 함께 생각해보는 계절입니다. 전쟁도 그렇고 천재지변도 그렇고, 세상에 재난이 닥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약자들입니다. 장애인들, 아이들, 여성들이 직격탄을 맞습니다. 임진왜란 때도, 6.25때도, 민주화투쟁 때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재난을 예고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날에는 아이를 밴 여자들과 젖먹이를 가진 여자들은 불행하다. 너희가 도망하는 일이 겨울이나 안식일에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하여라”(마태복음서 24:19-20).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더 고생을 해야 되고, 안식일에는 준비가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더 힘겹습니다. ‘장발장’으로 더 알려져 있는 ‘레미제라블’이라는 작품을 보면, 어떤 젊은 아가씨가 마리우스(코제트의 남자) 앞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저희가 오늘 아침 식사를 먹게 되면 그게 어떻게 되는 건지 아세요? 그저께 아침과 그저께 저녁과 어제 아침과 어제저녁 식사를 오늘 아침에 한꺼번에 먹는 게 되는 거예요. 어차피 우린 들개와 같거든요. 배가 차지 않으면 배가 터질 때까지 먹지요.” 마리우스는 주머니를 탈탈 털어서 처녀에게 5프랑을 주었습니다. 식구들이 함께 배를 채울 수 있는 돈이었습니다. 그는, 자신도 5년 동안 가난과 빈궁 속에서 살아왔지만, 아직도 진정한 비참함을 잘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방금 본 그것, 눈앞을 지나간 그 아귀 같은 여자가 바로 비극이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작가 빅토르 위고는 이렇게 썼습니다. “남자가 겪는 궁핍을 본 이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이다. 여자가 겪는 궁핍을 보아야 한다. 여자가 겪는 궁핍만을 본 이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이다. 어린아이의 궁핍을 보아야 한다.” ― 빅토르 위고(베스트트랜스 역), ≪레 미제라블 한영합본(전10권)≫(더클래식, 2012), 전자책 2150/9701쪽. 남자란 궁지에 빠지면 마지막 수단을 쓰기 마련인데, 그때 피해를 입는 이는 것은 그의 주변에 살고 있는 힘없는 인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누굽니까? 여자지요. 그리고 아이들입니다.

 

■ 아, 나는 비참한 사람입니다!

 

남자가 비참해지는 순간, 여자는 훨씬 더 비참해집니다. 아이들은 그보다 몇 곱절 더 비참해집니다. 그래서 빅토르 위고는 이 책의 제목을 ‘레미제라블’(Le miserable)이라고 붙였습니다.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비참’이라 하니까 생각나는 성경구절이 있습니다. 로마서 7:24입니다. “아, 나는 비참한 사람입니다. 누가 이 죽음의 몸에서 나를 건져 주겠습니까?” 바울은 왜 자신을 비참하다고 생각했을까요? 속으로는 ‘아,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면서도 행동은 엉뚱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행동이 자기 마음대로 안 됩니다. 입에서 나오는 말도 생각을 안 따라줍니다. 머리와 입, 가슴과 팔다리가 따로 놉니다. 도둑질하는 사람들, 바람피우는 사람들,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들…, 나쁜 사람들이지요. 그러나 그 사람들도 자랑스럽게 그런 짓을 하지는 않습니다.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양심을 속이는 것이지요. 비참한 사람들입니다. 다시 말합니다. 비참함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남자가 비참해지면 여자는 훨씬 더 비참해집니다. 그때 아이들은 비참함의 상처가 씻을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깊게 새겨집니다.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글인데요, 2006년 9월 충남 논산에서 한 남자가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이 사람의 일기 일부를 요약해서 읽어보겠습니다. ― 2001년, 결혼 17년차, 옆 가르마를 하고 깔끔하게 머리를 묶은 채로 웃어 주었던 여자에게 첫눈에 반해 결혼을 했다. 서로 사랑하며 세 아이를 낳았다. 이제 17년째가 되었다. 퇴근하고 돌아와 보니 아내는 바닥에 앉아 뭘 먹고 있다. 한쪽 다리를 구부려 가슴에 대고 순대를 집어먹는 저런 모습이 신물이 난다. 2002년, 결혼 18년차. 월드컵 축구 시간에 맞춰 치킨을 사들고 왔다. 아내는 벌건 색 티를 입고 마루로 나온다. 웃기지도 않았다. 동네에서 4천원 주고 샀다며 들떠 있다. 뱃살은 옆으로 삐죽삐죽 튀어나와있고 남산만 한 엉덩이에, 어디 한 군데 좋게 봐 줄 데가 없다. 2003년, 결혼 19년차. 아내가 점점 보기 싫어져서 현재는 각방을 쓰고 있다. 이 생활이 너무 좋다. 매달 생활비 쥐어주면 아이들 키워주고 집안 살림 해주는 능력 좋은 파출부. 이 여편네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저녁마다 운동을 한다더니 일주일 만에 그만두었다. “여보, 나 이상해, 줄넘기하는데 자꾸 소변이 조금씩 나오고 아랫배가 많이 아파.”

 

■ 탈출

 

그 후 아내는 피곤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어느 날 아이들에게 퇴짜를 맞고 내 방으로 슬슬 들어오더니 안마를 부탁했다. 내쫓을까 하다가 좋은 생각이 나서, 죽을힘을 다해 아내의 등이며 어깨를 때려주었다. 10초도 안 돼서 아프다며 나가버렸다. 나는 침대에 엎어져 배를 잡고 웃어댔다. 2004년, 결혼 20년차. 아내가 병원에 데려다 달란다. 회사 앞에서 내린 다음, 혹시 동료들이 볼까봐 택시 타고 혼자 가라고 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가 말했다. “여보, 나 자궁에 물혹이 큰 게 있대, 제거수술을 해야 하나봐.” 2005년, 결혼 21년차. 아내는 한 그릇 뚝딱 해치우던 열무비빔밥을 세 숟갈도 못 먹고 오렌지주스를 홀짝거리고 있다. “쌀 아깝게 그게 뭐야?” 소리에 억지로 밥을 한 숟가락 넣더니 급히 화장실로 가서 구역질을 한다. “아씨, 아침부터 밥맛 떨어지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딸이 했다. 아내가 아무래도 다시 병원에 가서 검사 좀 받아봐야겠다고 말한다. “가든지 말든지!” 2006년, 결혼 22년차. 자궁을 들어내다 출혈이 생겨 아내는 세상을 떠났다. 바뀐 건 아무것도 없었다. 세상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갔고 아이들도 얼마간 슬퍼하더니 각자 바쁜 일상을 보낸다. 아내의 무덤 앞에 앉아 소주병을 들이키고 있는 나를, 온 세상이 욕하는 것 같다. 누군가가 나의 일기를 발견한다면 그때 난 아내의 곁으로 가 있겠지. 벌을 받더라도 아내의 곁으로 돌아가 받고 싶다. ― 어떤 사람이 댓글을 달았더군요. “아내 곁으로 돌아가지마! 평생 그렇게 죄책감으로 살아가는 게 벌이야.” 한 남자의 망나니짓 때문에 아내와 아이들까지 비참의 구렁텅이로 빠졌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개인의 잘못도 있지만 세상이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기도 하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타락하지는 않습니다. 세상이 불의 쪽으로 기울어서 망해갈지라도 하나님을 믿는 여러분이, 예수님의 제자인 여러분이 바로잡아야 됩니다. 어른이 정신을 차려야 아이들이 곤경에 빠지지 않습니다. ‘아직은’ 남자가 정신을 차려야 여자들이 비참하게 되지 않습니다. 일반 남자들보다 돈 많고 힘 있는 남자들이 더 정신을 차려야 세상이 비참해지지 않습니다.

 

■ 맺는 이야기

 

세상에 비참한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주님을 굳게 잡음으로써, 여러분보다 약한 사람들을 비참함의 구렁텅이에서 구출해내는 예수님의 제자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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