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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봉에 해 뜨거든”

by 마을지기 posted Mar 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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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누가복음서 15:20
설교일 2017-03-12
설교장소 구미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 성서 본문

 

그는 일어나서, 아버지에게로 갔다. 그가 아직도 먼 거리에 있는데, 그의 아버지가 그를 보고 측은히 여겨서, 달려가 그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 누가복음서 15:20 ―

 

■ 들어가는 이야기

 

지난 주간 우리는 1백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역사적인 장면을 직접 봤습니다. 러시아에 자주 드나드는 지인 한 분이 이런 말을 합디다. “평화적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는 나라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자부심이 생긴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유혈사태가 일어나거나 변고가 있어야 겨우 불의한 통치자가 자리에서 내려올까 말까 한 게 보통인데, 우리는 비폭력, 평화적인 방법으로, 무능하고 부도덕한 대통령을 끌어내렸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시민의식이 이렇게 성숙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광장에서 힘쓴 분들은 물론, 끝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분들에게도 우리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풍성하게 임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 청년 장일남

 

오늘은 청년주일입니다. 특별한 행사나 순서는 없지만, 청년들 이야기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아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거의 다 아는 노래가 있습니다. ‘기다리는 마음’이라는 가곡인데요, 이 노래의 곡을 쓴 사람이 장일남입니다. 1932년에 태어난 분이니까 아직 살아 계시다면 여든 다섯일 텐데, 지난 2006년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분이, 아마도 한양대 교수 시절일 것으로 짐작됩니다만, 유럽에서 작품발표회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가, ‘이 노래라면 유럽 사람들이 감동할 거야!’ 생각하며 자신 있게 무대에 올린 곡이 ‘비목’(“초연히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입니다. 그런데 이 노래가 한국에서는 극찬을 받았지만, 유럽 현지인들은 시큰둥했습니다. ‘이거 뭐지?’ 하면서 음악회가 진행되던 중에 유럽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른 노래가 하나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마음’이 연주될 때였습니다. (같이 불러보겠습니다.) 곡이 아주 단순하지요. 창을 부르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유럽 사람들은 ‘이게 바로 한국적인 노래구나!’ 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 노래는 1951년, 이분이 열아홉 살 청년 때 만든 노래입니다. 장일남은 황해도 해주 출신입니다. 6.25 전쟁 때 피난을 내려와서 연평도에서 학교 선생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동네에서 옛날 책을 하나 구했는데 그 책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제주도에 어떤 청년이 살았습니다. 섬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이 청년도 뭍으로 나가서 사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어찌어찌 어렵게 소원을 이루어, 청년은 목포에 가서 살게 되었습니다. 막상 나가보니 별 수가 있습니까? 인생이 고달팠지요. 제주도에 두고 온 처녀를 그리워하면서 남쪽 바다를 바라봅니다. 한편 제주도에 남은 그 처녀도 일출봉에 올라서, 간 곳 모르는 사나이를 기다립니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으니까 처녀는 그만 망부석이 되어버렸다, 그런 이야기입니다. 장일남 자신도 고향을 떠난 처지라, 자기 신세하고 너무나 비슷해서, 연평도에서 바다가 보이는 어느 산에 올라가서 10분 만에 곡을 붙였답니다.

 

■ 청년 김민부

 

이 노래는 13년 뒤인 1964년에 방송을 타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제주도 말이거든요. 사람들이 잘 못 알아듣습니다. 그래서 이 노래의 가사를 쉬운 현대어로 바꾼 사람이 김민부라는 청년입니다. 김민부는 부산 사람입니다. 1941년에 태어났지요. 아직 살아 있다면 나이가 일흔 여섯입니다만 이 양반 역시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민부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해서 부산에서 수재라고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부산중학교에 다닐 때는 초량동 산동네로, 좋아하는 여학생을 찾아가서 하루 종일 그 집 앞에서 진을 치기도 했습니다. 낭만적인 소년이었지요. 문예창작에도 소질이 있어서, 1956년 고등학교 1학년 때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입선을 하고(‘석류’), 고등학교 3학년 때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당선이 되어 세상에 이름을 알립니다. 그러느라고 공부에 소홀해서, 서울대학교 상과에 시험을 쳤지만 떨어졌습니다. 할 수 없이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해서 1960년에 졸업을 한 뒤, 다시 동국대학교 국문학과로 편입하여 1962년에 졸업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방송국 프로듀서로 취직을 해서 부산과 서울에서 일합니다. 서울의 한 방송국에서 일하던 중에 장일남의 제안으로 시를 한 편 쓰는데, 그것이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제주도 말로 된 옛날 시를 현대어로 바꾼 것이지요. 그런데 1972년 10월 27일 토요일, 서울 갈현동 집에 불이 났습니다. 불속으로 뛰어 들어가 그를 끌어내던 부인은 얼굴에 큰 화상을 입어 한평생 고통을 받았습니다. 김민부 시인은 이틀 뒤에 숨졌습니다. 서른한 살 때였습니다. 그런데 아들 김민부를 화재로 잃은 부모 역시 2004년에 화재로 세상을 떠납니다. 부산에 가면 동구에 산복도로라는 산동네 길이 있는데, 청년 김민부가 학창시절 시를 썼던 곳이지요. 얼마 전에 거기에 ‘김민부 전망대’가 세워져서 많은 사람들이 그와 그의 시를 기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우여곡절 가운데서 태어난 노래가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 기다리는 마음

 

목포에서 제주도 쪽 바다를 바라보던 조선시대의 한 청년은 기다림의 세월 속에서 이별의 아픔을 삭였습니다. 제주도 일출봉에서 고향 떠난 남자를 그리워하던 처녀는 기다림의 세월 속에서 망부석이 되었습니다. 북에서 피란 와서 연평도의 산에 올라 북녘 땅을 바라보던 청년 장일남은 기다림의 세월 속에서 가곡을 만들었습니다. 부산의 산동네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꿈을 키웠던 김민부는 기다림의 의미를 절절히 느끼며 ‘기다리는 마음’이라는 아름다운 시를 썼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은 손발이 쇠사슬로 묶인 채 구속되어 있는 사람의 마음과 같습니다. 여러분, 택배 온다고 연락을 받으면 꼼짝 못하지 않습니까? 물건이 도착한다는 연락에도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이 올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집을 비우지도 못합니다. 이사도 못 갑니다. 아이 잃어버린 부모가 그렇답니다. 한평생 이사도 안 가고 그 집에 삽니다. 혹시 아이가 돌아왔다가 집을 못 찾으면 안 되니까요. 귀한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올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전화기만 쳐다보며 시간을 보냅니다. 누군가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감출 수 없는 표시 가운데 하나가, 잠시도 전화기를 놓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다림이라는 것이 이렇게 애절합니다. 누가복음서에 나오는 탕자의 아버지도 그랬습니다. 작은아들이 돈을 항 뭉텅이 들고 집을 나갔습니다. 이놈이 돈 다 쓰면 분명히 돌아올 줄 알기에, 날마다 문 앞에서 기다립니다. 어디 여행도 못 갑니다. 여행은 고사하고 이웃집에도 마음 놓고 가지 못합니다. 그 사이에 아들이 돌아왔다가 아버지를 못 만나고 식구들에게 푸대접을 받으면 안 되니까요. 이게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자식 키워보신 분들은 아시겠습니다만, 자식이 밤늦게까지 집에 안 들어오면, 부모는 이제야 들어오나, 저제나 들어오나 하면서 현관문에서 눈을 못 떼지요.

 

■ 맺는 이야기

 

하나님은 이처럼 절절한 마음으로 여러분을 기다리십니다. 그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효자란 무엇입니까? 부모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자식이 효자입니다. 거꾸로, 불효자란 부모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자식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로서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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