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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날개

by 마을지기 posted Jun 2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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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시편 122:6-7
설교일 2017-06-25
설교장소 구미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기념주일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 성서 본문

 

예루살렘에 평화가 깃들도록 기도하여라.

“예루살렘아,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평화가 있기를,

네 성벽 안에 평화가 깃들기를, 네 궁궐 안에 평화가 깃들기를 빈다” 하여라.

 

― 시편 122:6-7 ―

 

■ 들어가는 이야기

 

한동안 가물었는데, 드디어 어제 비가 왔지요. 오늘도 오후에 비 예보가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올지는 모르지만, 하나님의 창조세계에서 자연의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삶에도 갈증이 사라지고 시원한 일들이 줄줄이 이어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67년 전 오늘 새벽, 이 땅에서 전쟁이 터졌습니다. 전쟁은 3년 만에 휴전상태가 되었지만 그 이후 남과 북은 장벽으로 가로막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분단된 후부터 치면 벌써 72년입니다. 아픈 세월이 너무 깁니다. 하루속히 풀어야 합니다. 평화가 와야 합니다.

 

■ 수영대회

 

일본의 하가시노 게이고라는 사람이 쓴 《기린의 날개》라는 책을 읽어봤습니다. 현대 추리소설인데요,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그 이야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일본 도쿄에 슈분칸 중학교가 있습니다. 그 학교에 수영부가 있는데, 2학년 학생 가운데 요시나가라는 선수가 있었습니다. 아직 뛰어난 실력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기본기가 잘 갖추어진 학생이었습니다. 코치들의 칭찬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 칭찬이 오히려 문제였습니다. 동료들에게는 미움을 사게 되었지요. 아무튼 어느 날 전국 수영대회가 열렸습니다. 이 학교에서도 전 종목에 출전했는데, 요시나가는 3학년 선배 세 사람과 함께 한 조가 되어 200m 계영에 참가했습니다. 성적은 형편없었습니다. 특히 요시나가가 평소보다 못했습니다. 3학년 선배들이, 때는 지금이다, 하면서 그놈을 괴롭혀주기로 했습니다. 대회가 끝난 후 네 명이 모였습니다. 자율 특별훈련을 한다는 핑계였습니다. 학교 수영장에서 연습을 했습니다. 3학년 세 명이 2학년 한 명 물 먹이는 것쯤, 뭐가 어렵겠습니까? 여기서 불행이 시작됩니다. 요시나가가 수영을 할 때 발은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팔만 움직이게 한 다음, 세 놈이 교대로 요시나가의 발목을 잡은 겁니다. 요시나가는 필사적으로 헤엄을 쳤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축 늘어졌습니다. 세 놈이 차례로 그 짓을 하면서 자기 수영을 했기 때문에 그 순간에는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한참 만에 보니 물속에 가라앉아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까지 할 의도는 아니었는데 큰일이 나버렸습니다.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고 있던 차에 마침 수영부 감독이 지나가다가 아이들을 발견했습니다. 눈치 빠른 감독은 금방 사태를 파악했습니다. 인공호흡을 시켜봤지만 허사였습니다. 감독은, 아이들에게 빨리 집에 가라고 소리쳤습니다. ‘뒷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다른 사람들 눈에 뜨이지 않게 어서 가. 너희들은 오늘 여기 오지 않은 거야, 알았어?’

 

■ 종이학

 

아이들이 집에 와서 소식을 들으니, 다행히 요시나가가 죽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병원으로 옮겼으나 뇌사상태였습니다. 감독은, 요시나가가 대회 성적이 좋지 않자 혼자서 수영연습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렇게 처리했습니다. 신문에도 그렇게 났습니다. 요시나가의 엄마는 식물인간인 아들을 데리고 시골로 가서 치료에 전념합니다. 전력을 다합니다. 그 세 놈 가운데 유토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세월은 흘러 유토는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요시나가를 그렇게 만든 패거리 중 한 명이었던 친구에게 들으니 요시나가의 어머니가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했습니다. 블로그 이름은 <기린의 날개>, 부제는 ‘언젠가 날아오를 그날을 꿈꾸며’였습니다. “우리 집 기린 군도 새해를 맞았어요. 새 양복을 입은 모습으로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사연을 읽어보니 양심이 찔려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도쿄에 있는 신사(神社)를 돌며 늘 기도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유토는 그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이름을 밝힐 수는 없으니까 ‘도쿄의 하나코’라는 가명으로 응원 글을 올렸습니다. 도쿄에는 물 때문에 재난을 입은 사람들에게 효험이 있다는 일곱 개의 신사가 있어서, 거기를 돌며 기도도 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종이학을 만들어서 한 군데에 갈 때마다 100마리씩 제단에 바쳤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우연히 유토의 아버지가 유토의 방에 들어갔다가 유토가 열어놓은 블로그를 보게 되었습니다. 마침 그걸 유토가 보고 불 같이 화를 냈습니다. 유노는 그때부터 글쓰기와 기도를 중단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자기 방에 와서 다시 블로그의 내용을 다 읽고 사건의 전말을 집작했습니다. 아들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으니까 자기가 나섰습니다. 남몰래 종이학을 만들고, 남몰래 신사를 돌면서 기도를 했습니다.

 

■ 평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던 아버지는 세 놈에게 사죄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들과 사이가 안 좋았던 터라 스기노라고 하는 아들의 친구를 먼저 만나기로 했습니다. 어느 회사 중역으로 있던 아버지는 퇴근 후에 스기노를 만났습니다. 스기노는 어떤 아저씨가 수영장 사건 때문에 만나자니까 요시나가의 아버지인 줄 알고 복수를 당할까봐 혹시나 해서 칼을 숨기고 나갔습니다. 다행히 이 아저씨는 요시나가의 아버지가 아니라 유토의 아버지였고, 사건의 내막을 이미 알고 나온 것 같아, 스기노는 그때 일을 다 털어놓았습니다. 이제 너희 세 사람은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좋겠다, 이 말에 동의는 하면서도 대학 갈 일이 걱정이었습니다. 이 아저씨만 입 다물면 비밀은 영원히 새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스기노는 커피숍에서 나오는 길에 지하도에서 유토의 아버지를 찔렀습니다. 그리고 도망을 갔지요. 아버지는 가슴을 칼에 찔린 채 기를 쓰고 그 근처에 있는 니혼바시 다리로 갔습니다. 그 다리 중간쯤에는 날개 달린 기린의 조각상이 있는데, 그 앞에까지 비틀거리며 가서 기도하는 자세로 쓰러졌습니다. 죽었습니다. 요시나가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블로그 이름 <기린의 날개>가 그것을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들 대신에 자기라도 용서를 빈다는 뜻이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소설의 내용입니다. 비록 유토의 아버지는 목숨을 잃었지만, 그 죽음으로 인해서 그 이후 유토와 친구들은 요시나가와 어머니에게 용서를 빌었습니다. 요시나가와 어머니가 그들을 용서했는지, 살인을 저지른 스기노가 어떻게 처벌을 받았는지, 소설이 거기까지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만, 매우 평화로운 분위기로 마무리가 됩니다. 유토의 아버지 아오야기 씨는 정의를 위해 싸우다가 죽은 열사(烈士)는 아니었지만, 아들의 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하다가 죽음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결국 그 죽음은, 두려움과 죄의식에 짓눌려 살던 아들에게 평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 맺는 이야기

 

사람이 되신 하나님, 그분이 예수님이지요. 예수님께서 평화를 위해서 목숨을 버리셨다는 것이 조금은 이해되지 않으십니까? 시편 122:6-7 말씀을 봅니다. “예루살렘에 평화가 깃들도록 기도하여라. ‘예루살렘아,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평화가 있기를, 네 성벽 안에 평화가 깃들기를, 네 궁궐 안에 평화가 깃들기를 빈다’ 하여라.”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평화를 누리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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