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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때문입니까?”

by 마을지기 posted Aug 0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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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요한복음서 9:1-2
설교일 2017-08-06
설교장소 구미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 성서 본문

 

예수께서 가시다가, 날 때부터 눈먼 사람을 보셨다. 제자들이 예수께 물었다. “선생님, 이 사람이 눈먼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누구의 죄 때문입니까? 이 사람의 죄입니까? 부모의 죄입니까?” 

 

― 요한복음서 9:1-2 ―

 

■ 들어가는 이야기

 

아직도 뜨거운 여름이 계속되고 있지만, 내일이 벌써 입추입니다. 곡식이 한창 익어가는 때인지라, 이때 비가 오면 흉년이 든다고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열대야는 물러가는 시기이지만, 한낮은 뜨겁습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아무튼 계절이 변하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오늘도 열심을 가지고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는 여러분에게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넘치도록 임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 “개 때문이야!”

 

어느 날 예수님께서 길을 가시는데, 날 때부터 눈먼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안 그러지만, 옛날에는 장애인이 있으면 그 사람이 그렇게 된 것이 죄 때문이라고, 벌 받아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예수님께 여쭈었습니다. “선생님, 이 사람이 눈먼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누구의 죄 때문입니까? 이 사람의 죄입니까? 부모의 죄입니까?”(요한복음서 9:2).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따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원인을 찾아보려고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람의 심리가 그런 것 같습니다. 한자어에 ‘구맹주산’(狗猛酒酸)이란 말이 있습니다.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는 뜻입니다. 옛날에 어느 주막(酒幕)이 있었습니다. 술을 만들어 파는 곳이지요. 그 주막의 주인은 양을 속이지 않는 정직한 사람이었습니다. 손님들에게 친절하기도 했습니다. 술 빚는 실력 또한 대단했습니다. 그러면 장사가 잘 돼야 하잖아요. 그런데 도무지 장사가 안 되는 겁니다. 술이 팔리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마을의 노인 한 분을 찾아가서 상담을 했습니다. “어르신, 도대체 왜 그렇습니까? 무엇 때문입니까?” 노인이 한 마디 툭 던진 말은 이러했습니다. “그런 자네 집 개 때문이야.” “개가 왜요?” 노인은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자네 집에 있는 개가 사납지 않은가. 그래서 사람들이 자네 집에 술 먹으러 갔다가 개 때문에 다른 데로 가는 거야. 아이들이 술심부름을 할 때도 자네 집의 개가 무서워서 다른 주막에 가서 술을 사지.” 장사가 안 되는 것은 술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개 때문에 술이 안 팔린 것이고, 술이 안 팔리니 시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객관적인 분석에 따른 결과입니다. 제대로 된 컨설팅이지요. 제삼자가 원인인 경우입니다.

 

■ “내 탓이야!”

 

그 다음, 내가 원인인 경우가 있습니다. 1592년 4월 13일 일본군이 조선을 침략했습니다. 조선은 전 국토가 초토화가 됐습니다. 왜놈들이 문경새재를 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임금 선조는 서울을 버리고 피난길에 나섰습니다. 침략을 당한 지 한 달도 안 된 5월 1일 한양을 빼앗겼습니다. 6월 11일에는 평양성마저 함락됐습니다. 중국 명나라에 SOS를 쳤지요. 그 다음 해인 1593년 1월 8일에 조ㆍ명 연합군이 평양성을 수복했습니다. 4월에는 서울까지 수복했습니다. 1년 만에 겨우 도성을 되찾았지요. 그동안 일본군이 조선 사람들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그해 10월 1일에 선조임금은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서울을 찾은 지 6개월이 지났으나 서울의 황량한 모습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 무렵의 상황은 대사헌 김응남(金應南)이 서울에서 선조에게 올린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임금이 서울로 돌아오기 전에 보낸 보고서입니다. “종묘사직과 궁궐은 불타고 파괴되어 형체도 없고, 큰 집들도 거의 다 부서져 없어지고, 타다 남은 그을음이 낭자하고, 백골이 종횡으로 흩어져 있으니 산하는 있어도 거리는 이미 변했습니다(山河雖在 市朝已變). (…) 곳간에는 양곡의 비축이 없으니 진제지장(賑濟之場: 급식소)을 설치하여도 떠도는 백성들을 일일이 구제할 수 없습니다. 하루에도 부지기수로 죽으니 길은 쓰러진 시체 투성이요 개천은 썩은 시신으로 막혔습니다. 행여 살아남은 백성은 그 몰골이 귀신과 다를 바 없습니다. (…) 서울을 중심으로 수백 리 이내는 초목과 짐승의 마당으로 변했고 간혹 목숨을 부지한 백성이 서울로 돌아와도 거처할 곳이 없으니 무너진 벽 틈에서 살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마저 명군과 사신들의 시중에 지쳐 기름도 피도 다하였습니다. 살 길이 없으니 원통하여 통곡하고 하늘에 호소하고 죽으려야 죽을 수도 없습니다. 그리하여 혹은 나무에 목을 매고 혹은 달리는 말 앞에 엎드려 스스로 밟혀 죽는 형편입니다. 백성들의 생활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나라의 사정은 알 만할 것입니다(《선조실록》). 선조 임금이 17개월 만에 다시 본 서울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 “네 덕이야!”

 

겁이 많아 환도를 주저하던 임금이었지만, 참담한 현실을 눈으로 보고는 사람이 달라졌습니다. ‘백성들이 굶어서야 되겠는가!’ 하면서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양곡을 구해다가 급식소에 배정하고, 친히 나가 지친 백성들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모든 것이 내 죄로다.” ― 김성한, ≪7년전쟁 5 – 재침 그리고 기이한 화평≫(산천재, 2012), 전자책 149/1293쪽. 이처럼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주막집 이야기에서처럼 제삼자에게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고, 선조처럼 나에게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달랐습니다. 아까 말씀드렸지요. 나면서부터 맹인인 사람을 보고 제자들은 그 부모가 잘못이냐, 본인이 잘못이냐, 따졌지만 그때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이랬습니다. “이 사람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니요, 그의 부모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들을 그에게서 드러내시려는 것이다”(요한복음서 9:3). 이 말씀을 하신 뒤에, 땅에다가 침을 뱉어 흙을 갠 다음 그 사람의 눈에 바르시고는, 실로암 연못에 가서 눈을 씻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연히 그 사람의 눈은 말끔히 나았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의 일 처리 방법에 주목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충분히 말씀만으로도 그 사람을 고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굳이 실로암 연못까지 가서 씻으라고 하셨습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예수님은 맹인의 자존감을 살려주신 것입니다. 분명히 예수님 덕에 눈을 뜨게 되었지만, 본인에게도 ‘역할’을 주신 것이지요. ‘저 사람 덕에 내가 눈을 떴다!’보다, ‘저 사람이 조언하는 대로 내가 했더니 눈이 떠지더라!’는 많이 다릅니다. 이 사건뿐만 아니라 예수님은, 여러분도 아시는 것처럼, 병을 고쳐주실 때마다, ‘내가 고쳐주었다!’라고 하시지 않았습니다. “네 믿음대로 되었다!” 또는 “네가 믿은 대로 되었다!”라고 하셨습니다. 얼마나 멋집니까? ‘네 덕에 낫게 된 것이다!’ 이겁니다. 당신께서 고쳐주시고도 ‘내 덕’이 아니라 ‘네 덕’이라고 공을 돌리신 것이지요.

 

■ 맺는 이야기

 

인생사는 문제 천지입니다. 객관적으로 분석해서 제삼자에게서 원인을 찾는 것도 필요하고, ‘내 탓이오!’ 하면서 내가 책임지는 자세를 가지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결정적인 구실을 해놓고도 ‘이게 다 당신 덕입니다!’라고 할 수 있는 사람, 얼마나 멋집니까? 이제 저와 여러분은 예수님처럼, 있는 힘을 다해서 남을 도와주되, ‘이게 당신 덕입니다!’라고 할 수 있는 멋진 제자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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