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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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21-11-13 11: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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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마가복음서 8:34-35 
설교일 2021-11-14 
설교장소 구미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성서 본문

 

그리고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무리를 불러 놓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오려고 하는 사람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너라.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와 복음을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구할 것이다.

 

<마가복음서 8:34-35>

 

들어가는 이야기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지난 한 주간도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셨을 줄 믿습니다. 또한 주님 안에서 형제자매들이 된 성도들의 기도가 여러분의 삶에 큰 힘이 되어주었을 줄 믿습니다. 요즘, 사는 게 다 빡빡하지만, 일에서 풀려나고 걱정에서 해방돼서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주님 앞에 모인 여러분 위에,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은혜와 성령님의 감동이 놀라운 능력이 되어 임하기를 축복합니다. 늦가을의 풍광이 들녘과 산하에 완연합니다. 가로수 나뭇잎들이 비 오듯이 대지에 떨어집니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밭에는 텅 빈 고요가 내려앉아 있습니다. 이 시기는 비움의 계절인 것 같습니다. ‘비움하니까 수도사들이 생각이 납니다. 그분들이 수도사가 될 때 하나님 앞에 세 가지를 서원하는데, 그게 뭐냐 하면 청빈, 정결, 순명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청빈은 그들의 삶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덕목입니다. 중세기의 수도자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청빈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첫째는 소유의 청빈, 둘째는 의지의 청빈, 그리고 셋째는 존재의 청빈입니다.

 

소유의 청빈

 

첫째는 소유의 청빈입니다. ‘소유의 청빈이란 글자 그대로 탐욕에서 벗어나서 물질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일입니다. 몸뚱이를 가지고 사는 한, 사람이 물질로부터 완전히 해방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질이 없이는 잠시도 살아갈 수 없는 것이 현대생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은, 버리고 살아라, 비우고 살아라, 하는 것입니다. 사실 재물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죄는 아닙니다. 너무 많이 가지려는 욕심이 문제지요. 제가 어릴 적만 하더라도 식량 한두 말과 연탄 100여 장과 가을 김장만 해놓으면 부자가 된 듯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 정도로 만족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디오게네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부자는 먹고 싶을 때 먹고, 가난한 사람은 먹을 수 있을 때 먹는다.” 구인환 편, 한국 현대수필을 찾아서(한샘, 1995), 335.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없는 사람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자고 싶을 때 잠을 잘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잘 수 있을 때 자야 하는 사람들도 세상에는 의외로 많습니다. 그런 사정을 생각해보면,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것,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는 것, 그것만 확보돼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릅니다. 크나큰 은혜입니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세상에서 가장 복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조건입니다.

 

의지의 청빈

 

둘째는 의지의 청빈입니다. 신앙생활을 오래 해 본 정직한 수도자들은 소유의 청빈보다도 더 어려운 것이 의지의 청빈이라고 말합니다. ‘소유의 청빈은 보이는 물질을 적게 가지거나 절제하는 것으로서,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몹시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의지의 청빈이란 보이지 않는 욕망 자체를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어렵습니다. 명예욕도 버리고 권력욕도 버리고 무엇을 해 보겠다는 의지까지 버리는 것이기에 아무나 실천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특히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이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렵습니다. 흔히 이런 말을 하지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복음 선교를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등등. 그렇지만 그런 명분 뒤에는 자신의 명예욕과 권력욕을 숨겨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은 이웃을 위해서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나는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다!’ 하는 것을 드러내려고 하는 일도 많습니다. 최근에 각 당에서 대통령 선거 경선이 끝났지요? 이 사람들이 말하는 출마의 변을 들어 보아도 그렇습니다. 겉으로는 모두 나라를 위해서또는 국민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제가 보기에 거의 모든 후보들의 속셈은 권력욕입니다.

 

수도사들은 의지의 청빈을 추구했다고 했는데, 그러면 의지의 청빈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을 보고 따라 배우면 됩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 아시지요.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모든 일을 하실 수 있으시니, 내게서 이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내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여 주십시오”(마가복음서 14:36). 적들이 예수님을 잡으려고 숨어서 포위하고 있습니다.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습니다. 어떤 고통을 겪으며 죽게 될지, 어떤 수모를 받으며 생명을 잃게 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한편 게릴라식 무력을 써서 위기 상황을 빠져나가자고 하는 제자도 있습니다. 예수님은 중대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 위기를 잘 대처하면 영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영웅이 되기보다는 희생자가 되기로 작심하셨습니다. 이것이 의지의 청빈입니다.

 

존재의 청빈

 

마이스터 에크하르트가 말하는 세 번째 청빈은 존재의 청빈입니다. 이 사람은 영성 생활의 가장 성숙한 모습으로 존재의 청빈을 말했습니다. 거기까지 이를 때 비로소 신앙인의 청빈 생활이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존재의 청빈이란 내 존재 자체가 가난해지는 것입니다. ‘존재란 무엇입니까?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존재의 청빈이란 무엇이겠습니까?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누구나 당연하게 여기는데,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내가 있다’ ‘내가 존재한다는 것은 마땅한 일이 아닙니다. 내게 권리가 있어서 누리는 상황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것까지 깨달을 때 우리는 존재의 청빈상태를 향하여 나아갈 수 있습니다.

 

히로 사치야라는 일본사람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들은 타인에게 괴로움을 주지 않고서는 살 수 없고, 그러므로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바에야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은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든 괴로움을 주게 되어 있는 것이다.” 히로 사치야(김혜경 역), 케이크와 부처(불일출판사, 1999), 116-117. 나는 지금 누군가에게 괴로움을 주면서 살고 있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는 거예요. 차를 몰고 나가서 혼잡을 유발하는 것, 보일러를 사용하여 기름을 쓰는 것, 공부한다고 종이를 없애는 것, 밥을 먹으며 쌀을 소비하는 것, 심지어 숨 쉰다고 산소를 축내는 것, 이런 것들이 다 남을 괴롭히는 일 아닙니까? 나의 존재가 세상에 끼치는 민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렇게 멀쩡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은 기적입니다. 은총입니다. 하나님과 자연과 사람 앞에 깊이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맺는 이야기

 

 

박노해 시인이 쓴 시 하나를 소개합니다. 제목은 크나큰 비움입니다. 크나큰 비움. / 안이 텅 빈 / 오래된 나무나 / 계곡이나 / 광야에는 / 뭔가 신령한 기운이 있다. // 깊은 생각에 잠긴 사람도 / 크나큰 침묵에 든 사람도 / 자신을 한 번 다 바친 사람도 / 크게 버리고 비운 것들에는 / 뭔가 영적인 힘이 깃들어 있다. // 채우고 더하고 가질수록 / 사라지는 신령한 그 힘 // 비우고 나누고 바칠수록 / 차오르는 신성한 그 힘.” 고목이 경이롭게 느껴지는 것, 계곡이 신령하게 느껴지는 것, 광야가 신비하게 느껴지는 것, 그것은 그것들이 비어 있기 때문입니다. 전에도 노자님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그릇이 쓸모가 있는 물건이 되기 위해서는 속이 비어 있어야 합니다. 타이어가 제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속이 비어 있어야 합니다. 방이 방으로서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속이 꽉 차 있으면 안 되고 공간이 확보되어 있어야 합니다. 사람도, 물질에 대한 소유욕을 비울 때 참된 풍요를 누릴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릴 때 정말로 유익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존재 자체로 이미 세상에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그의 존재가 진정 가치가 있습니다. 이제 저와 여러분은 욕심을 비우고 욕망을 비우고 존재의식까지 비워낸 뒤, 그 비운 자리에는 행복으로 가득가득 채울 수 있게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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