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아래에서 한 성인이, 바르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아귀(배고픈 귀신)에게 쫓기던 비둘기 한마리가 그의 품 안으로 도망쳐 들어왔다.
성인은 비둘기를 감싸 안고 내놓지 않았다.
"난 배가 고파 미치겠소. 내 먹이를 빨리 내놓으시오."
아귀는 텅빈 배를 가리키며 울부짖었다.
"이 가련한 비둘기의 생명을 내팽개칠 수 없다. 차라리 비둘기 무게만큼 내 살점을 떼어 가라."
아귀는 양쪽에서 무게를 달 수 있는 양팔저울을 가져 왔다.
성인은 넙적다리 살점을 떼어 올려 놓았다. 한 쪽엔 비둘기가, 한 쪽엔 살점이 올라간 저울은 비둘기 쪽으로 기울었다.
성인은 살점을 더 베어 냈다. 그래도 비둘기 쪽이 더 무거웠다.
분명 비둘기 무게 이상의 살을 떼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저울은 비둘기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성인은 벌떡 일어나 저울 위에 자신의 몸을 올려 놓았다.
그제서야 저울은 평형을 이루었다.
홀연 아귀는 그 자취를 감추었고,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리며 꽃이 휘날렸다.
성인은 진리를 깨친 것이다.
1. 20030715 Daily Br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