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말로 인사말은 ‘차오!’(chao·‘짜오’에 가까움)다. 우리말로 ‘안녕’이라는 뜻이며 시간과 상황(만남, 헤어짐)에 관계없이 쓰기 때문에 단순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실제 베트남 사람들은 ‘차오’ 한 가지만 쓰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말하는 이와 상대의 호칭을 함께 붙여 쓴다.
가족 관계에 따른 몇 가지 인사말을 들어보자. ‘콘 차오 보’(콘은 자녀, 보는 아버지라는 뜻), ‘차우 차오 바’(차우는 손자, 바는 할머니라는 뜻)식으로 인사말 안에 자신과 상대방을 가리키는 호칭을 넣는다.
호칭은 나와 상대의 나이나 사회적 지위 등에 따라 결정되는데, 인간관계가 복잡해짐에 따라 호칭도 쉴 새 없이 변한다. 가령 작은아버지 정도 되는 동네 아저씨에게는 ‘차우 차오 추’, 형뻘 되는 이에게는 ‘엠 차오 아잉’, 뭔가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상대에게는 자신을 낮춰 ‘엠 (차우) 차오’라고 하는데, 연상의 여성이라도 남편에게는 ‘엠 차오 아잉’이라고 한다.수천년 동안의 외침과 식민 지배 속에서도 결국은 독립을 지켜낸 베트남인들의 민족적 기질을 유연한 적응력이라고 하는데, 인사말에서부터 단련된 것이 아닌가 한다.
이강우/우송대학교 인터넷통상학부 아시아통상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