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한 왕에게 세 친구가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왕과 아주 절친하였다.
하루도 만나지 못하면 안달이 나고 한 시간도 떠나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절친한 친구이었으며 다른 한 친구는 만나도 그만 만나지 않아도 그만인 그런 무덤듬한 보통 친구이었고 마지막 한 친구는 일년에 한번 만날까 말까한, 어쩌다 생각나면 만나 보는 그런 정도의 먼 친구였다.
왕이 세상을 떠났다.
왕과 절친했던 그 친구는 장례식에 나타나질 않았다.
보통 친구는 왔지만 들어오지 않고 문간에 서 있었다.
그러나 왕의 먼 친구는 찾아와 왕의 죽음 이후의 내세의 길을 동행해 주었다.
왕과 절친한 친구는 돈을 가리킨다. 아무리 절친하여 없으면 잠시라도 못 살 것 같던 돈은 세상 떠날 때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두 번째 친구는 가족이다.
소중한 것을 잊고 사는 가족이지만 꼭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내가 세상을 떠날 때는 문가에 서서 울기만 할 따름이다.
마지막 친구는 자선을 말한다.
멀리만 있고 가끔만 생각나던 친구이지만 선행이라고도 불리는 이 친구는 나의 마지막 길을 동행하게 된다.
1. 20011117 Antioch.
2. 20020909 Daily Br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