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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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곳 [조선일보] 이규태 코너 
우리나라 속요(俗謠)에 들통타령이라는게 있다.

모든 숨김은 들통나게 마련이라는 이 세상의 이치를 읊은 것이다.

숨바꼭질은 머리카락이 들통내고
꿀먹은 벙어리는 말더듬이가 들통내고
숨어 먹는 밥은 강아지 꼬리가 들통내고
며느리 앙심은 바가지 소리가 들통낸다

이런 색깔 있는 들통타령도 있다.

곳간(庫間) 정사(情事)는 쥐새끼가 들통내고
칙간정사는 쉬파리가 들통내고
보리밭 정사는 종다리가 들통내고
삼밭 정사는 무풍(無風)이 들통낸다.

무풍이란 바람이 없다 함이니 바람 없는 삼밭이 흔들리면 들통이 나게 마련이다.

이렇게 인생매사 아무리 숨겨도 들통나게 마련이니 청천백일 앞에 숨김없이 살아가라는 교훈적인 들통타령이다.

성종 때 선비 손순효(孫舜孝)는 임종때 자녀들로 하여금 집문, 방문, 곳간문, 벽장문, 뒤주문, 농짝문, 서궤(書櫃)문등 문이란 문은 다 열어놓게 하고, 심지어는 텅빈 술병마개까지 열어놓고, 입고 있던 저고리깃까지 벌려 젖혀놓고서 '숨긴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하고 편안한 얼굴로 죽어갔다.

숨김을 둔 우리 선조들의 통찰이 대단했음을 알게 해주는 철학적 죽음이다.

피어스의 惡魔事典에 보면 이세상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가 최초로 한 말이 적혀있다.

"숨기자꾸나..."

가 그것이다.

그리고서 나뭇잎으로 그들의 치부를 숨기고 있다.

인간의 모든 罪業은 이처럼 숨김에서 시작되고 있다.

죄와 무관한 짐승은 숨길 줄 모른다.

먹이를 독점할 필요가 있을 때면 물고서 도망은 처도 숨긴다는 법은 없다.

그 만큼 순수하다.

어른들보다 덜 불순한 어린이들이 갖고 있는 것을 숨길 때면 손을 뒤로 돌려 숨긴다.

숨긴다는 것을 노출시킨 숨김이다. 그만큼 덜 불순한 숨김이다.

완벽하게 은폐해 숨기는 것은 어른들만이 할 수 있는 불순한 특혜이다.

하지만 신(神) - 그리고 신과 직결된 양심 앞에 아무리 고도의 지략을 부린 숨김도 무력하다.

들통타령에서처럼 들통나게 마련인 것이다.

1. 20010819 Anti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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