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상경한 노인의 이야기입니다.
그에게는 장성한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 아들은 한 가지 고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들이 소유하고 있는 집 모퉁이에는 자그마한 자투리땅이 있었는데, 밤만 되면 이웃주민들이 몰래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호소도 해 보고, 경고 문구도 써 붙여 보았지만 허사였습니다.
근심과 한숨 속에서 노인을 맞이한 아들이 아버지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렸습니다. 아들의 걱정을 알게 된 아버지는, 그 즉시 시장으로 가서 호미를 구입했습니다.
호미자루를 다부지게 잡은 아버지는 문제의 자투리땅을 일구기 시작했습니다. 자갈이 걸러지고, 단단하던 흙들이 잘게 부수어지면서 그럴싸한 텃밭이 생겨났습니다. 잘 손질이 된 땅에 아버지는 상추와 고추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아들이 호들갑을 떨면서 아버지를 향해 외쳤습니다.
"아버지! 쓰레기가 보이질 않아요!"
기쁨을 이기지 못한 아들이 유난을 떨었습니다. 날이 더해가고, 달이 기울어가도 쓰레기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계절이 바뀌어 갈 무렵, 아버지는 아들에게 종이와 붓을 가져오라고 하였습니다. 아들이 가져다 준 하얀 도화지 위에다가 아버지는 다음과 같이 써 내려갔습니다.
'상추가 필요하신 분은 마음껏 가져가시오.'
'고추도 원하신다면 양껏 가져가시오.'
파릇파릇 돋아나기가 무섭게 따 가는 상추 잎은, 인기가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풋풋하게 익어가던 풋고추는 더욱이나 각광을 받았습니다.
한 해가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노인의 아들이 그 일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를 본 많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들을 합니다.
'언제까지나 우리들 곁에 있어 달라고...'
1. 20020613 Daily Br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