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믿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어머니의 손에 끌려 신앙생활을 했으나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그는 신앙인의 삶까지 졸업하고 말았습니다. 육군을 제대한 뒤로 복학하여 대학을 마쳤으나 그는 교회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서른에 결혼하여 서른둘에 첫 아들을 얻었으나 그는 교회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타이어 생산업체의 대리가 되었고, 과장이 되었고, 차장이 되었으나 그는 교회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한 달에 한 차례씩 본가에 가면 그때마다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오늘 새벽에도 우리 장남 지켜달라고 기도했다. 예수님 믿어라. 내 소원은 그것뿐이다."
3년 전 그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장례를 엄숙히 집도해준 목사님이 고마워 장례식을 마친 다음 주, 그는 어머니의 교회를 찾았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날 찬송 중에는 '나의 사랑하는 책'이 있었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헤어졌으나 어머니의 무릎 위에 앉아서 재미있게 듣던 말…."
그는 눈물이 쏟아져 전혀 찬송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교회를 오가던 유년시절이 물물이 떠올라 그는 예배시간 내내 눈물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이제 다시 그는 신앙인이 되었습니다. 어머니 살아생전 소원을 들어주지 못했던 죄 많은 신앙인입니다. 그는 죄인입니다. 그는 깊숙이 고개 숙여 이 죄인을 받아주옵소서 기도합니다.
전대환 외, 《엉킨 것들을 풀고》(만우와장공, 2008), 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