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기분좋게 술을 한 잔 한 봉팔이가 집으로 가고 있는데 자신보다 조금 더 취한 듯한 사람이 공원 벤치에 누워 신음을 하고 있었다.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 얼굴은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고, 옷은 다 찢겨져 도저히 측은해서 봐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안된 마음에 봉팔이는 벤치에 누워있는 그 사람을 흔들어 깨우며 물었다.
“아니,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봉변을 당했소? 내가 도와드릴 테니 일어나시오!”
봉팔이의 호의에도 불구하고 취객은 손을 저으며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오. 됐소!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가시오.”
그러나 봉팔은 자신도 같이 술을 마시는 사람 입장에서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취객을 흔들며 다시 말했다. “아니, 그러지 마시고. 저도 다 이런 경험 있습니다. 사양하지 마시고 제 말을 좀 들으십시오. 제가 댁까지 모셔다 드릴 테니까요.”
그런데 봉팔이의 말에 끝나기가 무섭게 갑자기 취객이 벌떡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왜 그러시오?” 깜짝 놀란 봉팔이가 눈이 둥그레지며 취객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취객이 하는 말, “제발 그곳만은 안돼요. 내가 방금 그곳에서 나왔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