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짜리 영구와 같이 사는 영구 할아버지가 5일장에 가는 날, 할머니가 건전지를 사오라고 말했다.
“영감, 벽시계에 넣을 건전지 하나 사와요.”
“얼마만한 거?”
“쫌만한 거요.”
근데 이거 잘못 들으면 거시기 얘기하는 거 같다. 장난기 많은 할배 대뜸
“누구꺼 말하노…. 내꺼가? 영구꺼가?”
이것을 금방 알아들은 할매 맞받아친다.
“영감껄루 사와요.”
(할머니 혼잣말: 아이고 영구 것만도 못하면서….)
문밖을 나서던 할배 다시 돌아와서 하는 말.
“근데 섰을 때만한 거? 아님 죽었을 때 만한 거?”
화가 잔뜩 난 할매
“아무거나 사와요! 섰을 때나 죽었을 때나 똑같으면서.”
(혼잣 말: 요새는 서지도 않으면서….)
장에 갔다 이것저것 보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술도 한잔 걸치고 왔는데 정작 건전지는 잊어먹었다.
할매한테 잔소리를 어떻게 듣나 궁리하던 할배, ‘옳지~!’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영감 건전지 사왔나?”
“몬사왔다.”
“와?”
“빠떼리 파는 가게 아가씨가 내꺼 만한 거 달라 그랬더니 봐야 준다카더라. 그래서 안 보여주고 그냥 왔다. 나 잘했제?”
다음 장날에도 할배는 건전지 사는 걸 잊어먹었다.
에고~ 할멈 잔소리~ 어떡하나, 하던 할배 문으로 들어선다.
“건전지 사왔나?”
“몬사왔다.”
“와?”
“꼬부라진 빠떼리는 없다 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