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석가탄신일 날, 온 가족이 집에서 쉬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원래 컴퓨터의 본체와 스피커도 구분 못하시고, 타자도 겨우 50이 넘는 아버지께서 약 두 달 전에 그래도 정보화 시대에 발 맞추어 나가겠다고, 만들어 놓으신 메일 주소로 아버지의 친구 한 분이 메일을 보내셨다.
메일을 받은 아버지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당장 그 분께 답장을 보내려고 했다.
마음이야 본인이 직접 쓰고 싶으셨겠지만 50타로 메일을 쓴다는 것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그래서 내 눈치를 살살 살피던 아부지가 불렀다.
"너 요즘 용돈이 궁하지? 여기..."
그러시면서 내 손에 퍼런~ 배춧잎 한 장을 올려놓으시는 것이었다. 그리곤
"이 애비가 불러주는 대로 쓰기만 혀!"
난 어느 정도 예상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돈이 조금 더 높아 잔뜩 신이 나서는 메일을 쓸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말씀하셨다.
"잠...잠깐만!"
"왜?"
그러자 아버지가 얼른 전화기를 들더니 말했다.
"아직 전화를 안 혔어!"
"전화? 무슨 전화?"
"전화를 해야지..."
"그러니깐 무슨 전화를 하냐구!"
그러자 아버지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야 이놈아! 그 사람한테 컴퓨터 켜노라고 전화 해야지!"
"컴퓨터를 왜 켜놔"
그러자 아버지는 정말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 이놈이... 그래야 메일이 가지!"
그 날 난... 장장 1시간동안 상대방이 컴퓨터를 꺼놔도 메일이 간다는 것에 대해 기나긴 설명을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