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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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날 2001-12-23 
1. 길거리에 지나가는 아무한테나 말을 건다.

2. 길거리를 지나다가 바닥에 뭔가가 떨어져 있으면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반드시 줍는다.

3. 산이나 평야로 놀러갈 때는 적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반드시 무기가 될만한 것들을 하나정도 챙겨간다.

4. 낯선 동네에 가면 반드시 술집에 가장 먼저 들린다.

5. 술집에서 술 취한 사람들에게 말을 자꾸 시켜서 맥주병으로 맞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6. 친구와 싸우다가 힘이 떨어졌다고 생각이 들면 잽싸게 제일 가까운 여관으로 가서 한잠 자고 나온 뒤 다시 싸운다.

7. 쌩판 모르는 낯선 집에 노크도 안하고 들어갔다가 도둑 취급받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8. 아무 집에나 들어가서 주인 허락도 없이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는 게 생활의 일부가 돼 있다.

9. 모르는 개한테 얘기 걸었다가 물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10. 부모님이 주시는 돈은 뭔가를 사기 위해서 꼬박꼬박 모아 둔다.

11. 큰길을 가다가도 좁은 골목이 보이면 골목 안으로 못 들어가 안달이다.

12. 돈 1억원을 잃어버려도 흐뭇해한다. 왜냐하면 돈을 잃어버리기 전 상황을 로드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3. 산길을 가다가 동굴이 보이면 엄청 반갑다.

14. 자고 있는 사람한테 가서 집요하게 말 시키는 바람에 비오는 날 먼지 나도록 맞는 일은 매일 겪는 일이라서 담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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