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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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날 2001-12-23 
얼마 전부터 내 핸드폰에 이상한 문자 메시지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정확히 밤12시에 "04"라고 찍혀 오는 것이었다.

"04... 라면 영원히 사랑해... 누구지...? 좋으면 말로 하지..."

여지껏, 애인 하나 없던 나에겐 실로 구원의 손길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한 일 주일 "04"로 오더니 그 다음부턴 "01004"로 메시지가 날아왔다.

"01004라면... 영원한 나의 천사... *^____^* 누굴까~"

기분은 날개가 없어도 날아갈 것 같았고, 진짜 애인은 없지만 애인이 있는 것보다 맴은 더 풍요로웠다.

그런데 어느 날 같은 과 친구한테 연락이 왔다.

"니... 내 문자 받았나?"

"니 문자? 아니... 너 언제 나한테 문자 보냈어?"

그러자 그 친구 넘은 우스워 죽겠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한 일주일 전쯤에 '04'라고 보냈잖아!

04... 빵먹구 죽어라~ 킥킥킥..."

"ᅲ_ᅲ... 그거 너였어?"

난 맘속으로, 살인도 면할 수 있다는 참을 인자 세 개를 쓰며 ‘진정하자’를 외쳤다. 그런데 그 놈이 다시 말했다.

"그거 말구 또 보냈는데... '01004' 말야... 빵 백 개 먹구 죽어라~ 푸하하하하."

"담부턴... 그... 그런 짓 하지마! 니 나이가 몇이냐! -_-;;"

그리고 나서 난 속으로 칼을 갈았다. 며칠 후 드디어 나에게 복수의 그 날이 왔다. 난 핸드폰을 꺼내 그 놈의 핸드폰에다 메시지를 일주일간 계속 넣었다.

"486"

그러자 즉시 그 친구한테 연락이 왔다.

"야... 아무래도 누가 날 짝사랑 하나봐..."

"왜?"

난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말했다.

"응... 누가 일주일 동안 내 핸드폰에 486이란 메시지를 넣거든... 그거 '사랑해'의 글자 수라는데... 너 혹시 짐작 가는 여자 없냐?"

"푸하하하하... 그거 나야 쟈쉭아! 486 그거 너 모르냐? 사팔넘 육갑 떠내! 하하하..."

그 이후로 그 넘과 난 얼굴도 안 마주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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