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전대환 채널 바로가기

관리자 2001-12-23 18:18:08
0 1400
실린 날 2001-12-23 
며칠 전 석가탄신일 날, 온 가족이 집에서 쉬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원래 컴퓨터의 본체와 스피커도 구분 못하시고, 타자도 겨우 50이 넘는 아버지께서 약 두 달 전에 그래도 정보화 시대에 발 맞추어 나가겠다고, 만들어 놓으신 메일 주소로 아버지의 친구 한 분이 메일을 보내셨다.

메일을 받은 아버지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당장 그 분께 답장을 보내려고 했다.

마음이야 본인이 직접 쓰고 싶으셨겠지만 50타로 메일을 쓴다는 것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그래서 내 눈치를 살살 살피던 아부지가 불렀다.

"너 요즘 용돈이 궁하지? 여기..."

그러시면서 내 손에 퍼런~ 배춧잎 한 장을 올려놓으시는 것이었다. 그리곤

"이 애비가 불러주는 대로 쓰기만 혀!"

난 어느 정도 예상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돈이 조금 더 높아 잔뜩 신이 나서는 메일을 쓸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말씀하셨다.

"잠...잠깐만!"

"왜?"

그러자 아버지가 얼른 전화기를 들더니 말했다.

"아직 전화를 안 혔어!"

"전화? 무슨 전화?"

"전화를 해야지..."

"그러니깐 무슨 전화를 하냐구!"

그러자 아버지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야 이놈아! 그 사람한테 컴퓨터 켜노라고 전화 해야지!"

"컴퓨터를 왜 켜놔"

그러자 아버지는 정말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 이놈이... 그래야 메일이 가지!"

그 날 난... 장장 1시간동안 상대방이 컴퓨터를 꺼놔도 메일이 간다는 것에 대해 기나긴 설명을 해야 했다.
4104 재미있는 북한말
4103 개인정보 노출시대
4102 무슨 일?
4101 부산에서 서울까지 걸어가는 여자는?
4100 순진한 신부
4099 악처에게 시달린 반세기
4098 한 번!
4097 새참
4096 I want world star crazy man all see!
4095 초딩 vs 국딩
4094 조폭 두목과 똘마니의 대화
4093 군대 안 가는 법
4092 아침형 인간
4091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위해
4090 [과학 유머] 신이 교수 못된 이유
4089 '눈과 구름을 자르는 칼'을 세 글자로?
4088 정신병원의 독서시간
4087 음악선생님의 비애
4086 지하철에서 조는 남자
4085 히딩크식 수능대처법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