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35도가 넘는 무더위가 푹푹 찌던 어느 여름날. 공설 운동장에서 큰 행사가 있어 많은 시민들이 참석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런데 운동장에서 몇 백 미터 떨어진 진입로부터 경찰이 배치되어 차량을 통제하였다.
"운동장에는 차량을 주차할 공간이 부족하오니 불편하시더라도, 여기서부터는 걸어서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물론 많이 불편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2002년 월드컵을 치루는 문화시민의 질서의식으로 아무도 불평하지 않고 그 무더위 속에서… 일렬로 줄을 서서 차례차례 걸어서 입장하였다. 그런데 어디선가 나타난 온통 검은색으로, 도배된 세단 한대가 마치 땀을 뻘뻘 흘리며 줄 서 있는 시민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행렬 옆을 유유히 지나서, 운동장을 무사통과 입장하는 것이었다. 시민들이 항의했다.
"저 차는 뭐요?"
"네… 저 차는 장관님 차입니다."
얼마 후 또 한대의 세단이 다시 운동장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저 차는 도지사님 차입니다."
그리고 또 한대의 세단…
"저 차는 국회의원님 차입니다."
그 때 갑자기 티코 한대가 운동장을 향해 무작정 돌진해 들어갔다. 당황한 경찰들이 가로막고 으르렁거렸다.
"당신 뭐야! 죽고 싶어!?"
그러자 운전석 창이 열리고 우리의 티코맨이 큰 소리로 아주 당당하게 외쳤다.
"이 차는 국민차다!"
1. 20040208 Antio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