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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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04-09-07 22:31:48
0 4253
실린 날 2004-09-07 
실린 곳 스포츠투데이 
고3 마지막 시험, 생물문제의 정답이 ‘항문’이었다.

그날따라 흔하게 쓰던 그 단어가 갑자기 생각이 안 나는 것이었다.

정말 머리를 쥐어짜고 생각하다가 그래도 하나라도 더 맞혀보겠다는 욕심에 ‘똥구멍’이라고 썼다.

시험이 끝나고 친구들이 맞춰보는 통에 정답이 ‘항문’이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예상외로 나 같은 친구들이 여럿 있었다.

생물 선생님이 처음에는 ‘항문’ 외에는 다 오답처리 한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우는 척하며 생물 선생님에게로 달려갔다.

“선생님, 똥구멍 맞게 해 주세요. ‘항문’은 한자어지만 ‘똥구멍’은 순 우리말이잖아요. 맞게 해 주세요.”

울음 공세, 그리고 우리말을 사랑해야 한다고 박박 우기는 저에게 결국 선생님은 넘어가고 말았다.

옆에서 국어 선생님도 거들어 주신 덕에 “‘똥구멍’까지는 맞게 해주마”라고 말씀하셨다.

의기양양 교실로 돌아왔더니 ‘똥구녕’이라 답을 쓴 친구가 얼굴이 벌개져서는 내 손을 잡고 생물 선생님께 달려갔다.

“선생님. 저희 집에서는요. 똥구멍을 똥구녕이라고 해요. 저희 부모님은 경상도 분이셔서 똥구멍이라고 하시질 않는데 어쨌든 의미는 통하잖아요.”

선생님이 처음에는 사투리라 안 된다 했더니 이 친구가 “이건 생물시험이지 국어시험은 아니잖아요”라며 박박 우겼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이다.

선생님은 생각해 보겠다 하셨고 친구는 의기양양 교실로 돌아와 자랑했다.

그러자 갑자기 여럿이 우르르 교무실로 가는 거였다.

그 친구들이 쓴 답은 ‘똥꾸녁’ ‘똥구녘’ ‘똥꾸멍’ ‘똥꾸녕’ ‘똥꼬’ 등등.

생물 선생님께서는 근 일주일을 똥구멍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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