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고향 후배가 차사고로 병원에 입원했다고 해서 문병을 갔었어요.
근데 후배 녀석은 어디 좀 다녀와야 한다며 나갈려고 하는 참이더라구요. 많이 안 다쳤더군요.
속칭 나이롱인 거죠. 보험회사와의 보상문제도 있고 해서 한 1~2주 입원하려고 한다 그러드라구요.
어떻게 된 일이냐는 물음에 후배의 얘기가 이랬어요.
아스팔트가 녹을 정도라는 뙤약볕이 내리쬐던 여름 오후에 네거리에서 스타렉스를 모는 친구 차를 타고 신호대기 중이었는데 반대차선의 마티즈 한 대가 불법유턴하던 오토바이를 피하려다가 친구 스타렉스 앞 휀다 부분을 받았다는 거에요.
상대 차가 많이 일그러지고 엔진 쪽에서 연기가 나자, 후배는 혹시나 차량에 불이 날까 싶어서 얼른 내려 보니 운전자가 충격 때문에 핸들에 엎드려 있더랍니다.
재빨리 그 사람을 차에서 꺼낸후 119에 전화하고 그를 도로에 눞혀 놓았고, 다행히 정신을 잃진 않은 것 같아서 걱정마시라고 우리는 별로 안 다쳤고 그 쪽이 더 다친 거 같으니깐 119 올 때까지 누워 계시도록 했대요.
근데 자꾸만 그 사람이 일어나려고 하더래요,글쎄.
그래서 후배는 정말 아무 걱정 마시라고, 차야 고치면 되고 불행중 다행히도 이만한 게 어디냐고 하면서요...
그런데도 뭐가 그리 걱정되는지 한사코 일어나려고 하더래요. 외관상은 몰라도 어디가 어떻게 다친지를 모르는 후배는 거듭 뭐가 그리 걱정되시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안정이 필요하다고 달래면서 다시 눞혀 드렸대요.
잠시후 또 일어나려고 해서 짜증도 나고 해서 또 눞혀 드리며 도대체 왜 이러 시냐고 물었는데, 그 사람이 이러더래요. 애처로이 들어가는 말로...
"뜨~거워요~!"
***남의 불행을 희화화시키려고 이 글을 쓴 건 아니니 오해 말아 주시구요. 미쳐가는 세상 미소 한 번 지어 보자고 올려봤습니다. 모쪼록 그 분 아무 후유증없이 쾌유하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