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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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0-01-27 16:26:58
0 1845
실린 날 2010-01-20 
실린 곳 한국경제 
중환자 둘이 한 병실에 있었다. 한 사람은 폐에서 물을 빼기 위해 매일 오후 1시간 동안 일어나 앉았다.

그의 침대는 하나뿐인 창가에 있었다. 또 한 사람은 늘 반듯하게 누워있었다.

둘은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창가 사람은 매일 오후 앉아있는 시간이면 창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공원 풍경을 동료에게 이야기해줬다.

호수에선 오리와 백조들이 놀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꽃들 사이를 연인들이 거닐고 있었다….

이렇듯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면 동료 환자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그림과도 같은 그 풍경을 머리 속에 그려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간호사가 와보니 창가 사람은 조용히 숨을 거둔 상태였다.

이제 동료 환자가 창가로 옮겨졌다.

처음으로 바깥 세상을 구경하려고 그는 한쪽 팔꿈치를 괴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봤다.

창밖은 밋밋한 담벼락이었다.

고인은 장님이었는데 "아마도 환자분에게 힘을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라고 간호사는 이야기해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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