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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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0-02-19 15: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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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날 2010-02-16 
실린 곳 문화일보 
김삿갓이 일생을 죽장망혜(竹杖芒鞋)로 세상을 유람하다가 단천(端川) 고을에서 결혼을 한 일이 있었다. 젊은 청춘 남녀의 신혼의 밤은 시간 시간마다 천금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불이 꺼지고 천재시인과 미인이 함께 어울어졌으니 즐거움이야 어찌 이루 다 말할 수 있겠는가?

뜨거운 시간에 취해 있었던 김삿갓이 갑자기 찬물을 뒤집어쓴 사람처럼 부리나케 일어나서 불을 켜더니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벼루에 먹을 갈고 그 좋은 명필로 일필휘지하니…. 모심내활(毛深內闊) 필유과인(必有過人)-털이 깊고 안이 넓어 허전하니 필시 타인이 지나간 자취로다.

이렇게 써놓고 여전히 입맛만 다시면서 한숨을 내쉬고 앉아 있었다. 신랑의 그러한 행동에 신부가 의아해 하며 백옥 같은 팔을 뻗어 붓을 잡더니 그대로 내려쓰기 시작했다. 후원황률불봉탁(後園黃栗不蜂坼) 계변양유불우장(溪邊楊柳不雨長)-뒷동산의 익은 밤송이는 벌이 쏘지 않아도 저절로 벌어지고 시냇가의 수양버들은 비가 오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니라.

글을 마친 신부는 방긋 웃더니 제자리로 돌아가 눈을 사르르 감고 누웠다.

신부가 써놓은 글을 본 김삿갓은 잠시 풀렸던 흥이 다시 샘솟으며 신부를 끌어안지 않을 수가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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