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건이란 사람이 어릴 적에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繼母) 밑에서 자랐다. 그 계모, 성질이 포독(暴毒)하여 전처자식(前妻子息)을 못 살게 군다. 가장(家長)이 매우 걱정스럽게 되었다.
그러나 아들 민자건의 효심(孝心)은 지극(至極)하여, 계모가 시키는 험한 일, 힘드는 일을 마다 않고 무슨 일이든 묵묵히 잘 해낸다. 한 가지, 추워서 못살 지경인 것이 견디기 어렵다.
아버지가 아들을 가만히 보니 옷을 두툼하게 입었는데도 항상 우들우들 떨고 있는 것이었다.
"야, 이 놈아, 왜 그리 떨기만 하느냐?"
"글쎄요, 좀 추워서요."
아버지는 측은(惻隱)한 생각이 들어, 아들을 데리고 의원(醫院)에 가 보았으나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
그러면
'옷이 문제인가?'
하여 옷을 타고 옷솜을 자세히 살펴 보니 갈솜(갈대 꽃에서 나온)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옷이 두터워도 추울 수밖에. 아들을 엄동설한(嚴冬雪寒)에 얼어죽게 할 계모의 계획이 탄로가 나버렸다.
남편의 노(努)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후처(後妻)를 불러 놓고 갈솜을 증거로 삼아 내어쫓으려 했다.
아들이 울면서 아버지에게 말했다.
"母在一子寒(모재일자한)이지만 母去三者寒(모거삼자한)이오니, 부디 뜻을 거두어 주옵소서."
그 뜻이,
'어머니께서 집에 계시면 한 아들만 추우면 되지만, 어머니께서 가시면 세 사람이 추위에 떨게 됩니다'
하는 갸륵한 것이었으니, 어찌 목석(木石)인들 감읍(感泣)하지 않으리. 계모는 아들과 남편 앞에 엎드려 사죄하고 그 이후 현모양처(賢母良妻)가 되었더라는 이야기다.
1. 20020716 Daily Br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