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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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도둑이 있었다. 그는 도둑의 대가였다. 어느 날 그의 아들이 그에게 말했다.

"아버지, 아버지도 이젠 연로하시잖아요. 아버지의 기술을 제게 가르쳐 주세요."

아버지가 말했다.

"그래, 좋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가르쳐줄 수 없는 기술이란다. 이것은 지식이라기보다는 숙련된 기술과 같은 거란다. 하지만 한 번 해보자꾸나. 오늘 밤 나와 함께 나가 보자."

아들은 몹시 두려웠다. 그러나 70세에 가까운 아버지는 한 집을 택해 당당히 안으로 들어갔다. 몹시 추운 밤이었는데도 아들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마치 자기 집인 것처럼 능숙하고 자연스러웠다. 그는 벽에 구멍을 내고 안으로 들어가 아들을 불렀다. 아들은 아버지의 뒤를 따라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아들은 너무도 두려워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러나 아버지는 숨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계속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여러 개의 문을 열고 여러 개의 방을 살폈다. 이윽고 아버지가 벽장 문을 열고 아들에게 말했다.

"자, 들어가서 제일 값비싼 옷을 꺼내 오너라."

아들은 아버지의 말대로 벽장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아버지는 문을 걸어 잠그더니 크게 소리를 지르며 달아나는 것이었다.

그러자 집안 사람들이 모두 잠에서 깨어나 우왕좌왕했다. 벽에 구멍이 난 것으로 보아 집안에 도둑이 든 것이 분명했다. 벽장 안에 갇힌 아들은 졸지에 일어난 사태에 어쩔 줄을 몰라 그저 숨만 죽이고 있었다.

"아버지가 미친 게 아닌가? 도대체 이게 무슨 가르침이란 말인가?"

아들은 신에게 기도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저의 최초이자 최후의 도둑질입니다. 주여, 앞으로는 절대 이런 짓은 생각조차 하지 않겠습니다."

그 때 한 하인이 촛불을 들고 들어와 방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순간 아들은 자신이 쥐 소리를 내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직관적인 행동이었다.

그러자 하인이 벽장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아들은 후욱 하고 촛불을 불어 끄고는 밖으로 내닫기 시작했다. 하인과 동네 사람들이 그를 뒤쫓았다. 마침내 우물가에 이르렀을 때 아들은 커다란 돌을 하나 집어서 우물 속에 던지고는 재빨리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풍덩 하는 소리가 어둠 속에 울려 퍼졌다. 뒤쫓아오던 사람들이 모두 우물가에 멈춰서 빙 둘러섰다. 사람들은 도둑이 필경 우물 속에 빠졌다고 생각하고 이구동성으로 "잘 됐어" 하고 말했다.

"아침에 우물 속을 살펴보고 도둑이 죽었는지 보면 돼. 아니면 감옥으로 보내지 뭐."

아들이 겨우 집에 돌아와 보니까 아버지는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아들은 화가 나서 아버지가 덮고 자는 이불을 홱 걷어 던지며 소리쳤다.

"아버지, 미쳤어요?"

그러자 아버지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 말했다.

"어, 돌아왔구나. 잘 됐어. 넌 이제 그 기술을 터득했구나. 자, 어서 자거라. 내일부터는 너 혼자 해 봐라."

"그런데 아버지, 왜 그렇게 하셨어요?"

"그건 결코 가르칠 수 없는 기술이란다. 그건 직관적인 기술이어서 그렇게 얻어지는 거란다. 그래서 난 너를 그런 우연한 상황에 처하게 했던 거란다. 그런데 네가 이렇게 무사히 집에 돌아온 것을 보니까 넌 천성적으로 타고난 도둑인 것 같구나. 넌 역시 내 아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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