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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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곳 남산편지 169 
어떤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가 얼마 후 눈을 떴습니다. 그는 있는 곳은 정말 좋은 곳이었습니다. 그가 누워서 쉬고 있는 침대는 한없이 넓고 푹신했으며 거기에는 아침마다 늦잠 못 자게 새벽부터 깨우면서 출근 늦겠다고 안달하는 아내의 성화도 없었고 잔소리 많은 직장상사도 보이지 않았고 시달리며 해야할 책임 맡은 일도 없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생전에 소망하던 천국에 드디어 온 것으로 판단하고 기분이 사뭇 좋았습니다. 더욱 좋은 것은 그의 옆에는 하인 한 사람이 늘 대기하면서 그가 해야 할 모든 것을 대신 해 주었습니다.

그는 우쭐하는 마음으로

"야, 천국이 정말 좋구나. 과연 듣던 대로 정말 좋은 곳이구나!"

하고 쾌재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자 그는 곧 싫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편하니까 심심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며칠이 지난 후 하인에게 부탁했습니다.

"여보게, 하인! 내가 천국에 와서 며칠 지나니까 너무 심심하고 지루하다네. 그러니 내가 직접 손으로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좀 갖다주게나."

이 말을 들은 하인은 정색을 하면서 대답했습니다.

"안됩니다. 이곳에 있는 분들에게는 원하는 모든 것이 다 허락되지만 한 가지는 절대 못하게 금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당신이 부탁하신 직접 손으로 일하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그 사람은 버럭 화를 내면서 말했습니다.

"야, 이 사람아! 그러면 무슨 재미로 천국에 산단 말인가? 차리리 지옥에 가는 게 낫지!"

이 말은 듣고 있던 하인이 깜짝 놀라면서 말했습니다.

"아니, 그러면 당신은 이곳이 천국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까? 크게 착각하고 계셨군요. 이곳이 바로 모든 사람이 가기 싫어하는 그 지옥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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