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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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곳 남산편지 178 
다음은 한미순이란 분의 글을 요약한 것입니다.

13년 전, 서른살인 나는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렇게 바쁘게 뛰어다니던 어느 날 나는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결혼식도 치르지 못한 채 한 달 반 동안을 의식불명의 상태로 병원에 누워있었다. 그러다 의식이 돌아왔을 때 나는 목 위의 얼굴만 살아있을 뿐 손도 발도 움직일 수 없는 전신장애인인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나는 도저히 이러한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 한 손가락만이라도 움직일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마저 채워질 수 없어 부모, 형제, 누구라도 눈에 띄기만 하면 증오하며 자살을 궁리할 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나 자신의 장애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점차 원망과 증오와 절망, 죽음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문득 전신장애를 극복하고 입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김준호씨의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우선 입으로 글을 쓰자.” 펜을 입에 물고 한 획, 한 획 긋는 연습을 시작했다. 나의 끈질긴 집념을 보던 치료사 선생님이 타자기를 선물해주셨다. 입으로 글씨를 쓰는 것보다 훨씬 능률적이고 쉬웠다. 선생님은 박수를 쳐주시면서 "야아! 한미순 자매님 훌륭해요! 훌륭해요! 드디어 남들이 상상할 수 없는 승리의 새 생활이 시작된 거예요.“ 하고 격려해 주셨다.

1년 6개월 간의 병원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올 무렵에는 입으로 타자를 쳐서 편지와 일기를 쓸 수 있었다. 나는 구필화가 김준호씨를 찾아갔다. "잘 오셨습니다. 세계 구족 화가협회가 한미순 자매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림 실력이 협회 심사기준에 통과되면 매월 교육비가 나오고 여러 가지 창작 활동을 위한 혜택을 받을 수가 있어요. 용기를 잃지 마십시오. 하나님께서 앞으로 한없이 발생할 이런 불행에 대비하여 우리 같은 장애인들의 길잡이가 되라고 자매님을 부르신 겁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나는 방송사를 통하여 그림을 지도해줄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나의 애절한 호소에 당장 대답하며 달려온 분은 화가 박선생님이었다. 무료로 매주 한 번씩 출장 지도를 해주시겠다고 하셨다. 천사는 우리들의 현실 속에도 얼마든지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입에 붓을 물고 시작된 나의 그림공부는 피를 흘리는 전투였다. 입안이 헐어서 밥은커녕 물도 넘기기 어려웠고 붓을 입에 물때마다 상처에서 진물 섞인 피가 흘렀다. 선생님의 그렇게도 뜨거운 열정에 감동한 나는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1989년 나는 세계 구족화가협회 학생으로 등록할 수 있었고 6년 후에는 정회원이 되어 그 해 7월에 꿈에 그리던 개인전을 열게 되었다. 개인전을 찾아주신 분들께 나의 이름으로 출간된 시집을 나누어 드리는 내 마음은 하늘을 둥실둥실 날았다. 나는 이미 세 권의 시집을 출간하였고 금년에도 시집 출판 제의와 개인전 전시회를 갖자는 제의를 받고 있다. 아아, 이 세상은 고통을 이기는 천사들과 고통 당한 사람들을 감싸 안아주는 천사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나에게는 얼마나 큰 선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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