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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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곳 남산편지 244 
어느 날 스승이 한 제자에게 돌멩이를 하나 주며 말했습니다.

"이것을 시장에 가서 팔려는 척 하되 팔지는 말아라."

이 말을 들은 제자는 스승의 말씀에 순종하여 작은 돌멩이 하나를 들고 시장으로 나갔습니다.

제자는 시장 어귀에 깨끗한 하얀 보자기를 펴 놓고 그 위에 돌멩이 하나를 올려두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앞을 지나면서 그를 보고 비웃었습니다. 별 것 아닌 돌을 팔겠다고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양이 가소롭기까지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돌멩이를 앞에 두고 서 있는 청년을 먼발치서 바라보며 불쌍하게 여긴 어떤 노인이 다가와 친절하게 물었습니다.

"젊은이! 그 돌멩이를 얼마에 팔 작정이오?"

그러나 그 제자는 스승의 말씀에 따라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그 노인은 말했습니다.

"젊은이, 내가 5.000원을 줄 테니 그 돌멩이를 나한테 팔고 저녁이나 먹고 들어가구려."

제자는 그냥

"팔지 않겠다"

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필시 그 돌에 무슨 사연이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10.000원을 줄 테니 팔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청년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묵묵히 앉아 있기만 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노인과 젊은이의 흥정을 보면서 한 사람씩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점차 수가 많아져서 서로 가까이서 보겠다고 밀고 당기고 아우성이었습니다. 흰 보자기 위에 놓인 돌멩이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노인의 돌멩이 가격 흥정에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수근 그리며 말했습니다.

"아마 저 돌을 달여 먹으면 만병통치가 될 것이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복이 굴러들어 온다."

"돌 생긴 모양을 보니 예술적 가치가 있다."

"어떤 물에라도 넣어 하루를 지나면 정수능력이 뛰어나고 육각형 물이 된다."

갖가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흥정 가격이 점차 높아졌지만 그 청년은 조금도 팔 의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안달이 난 사람들이 가격을 계속 높게 불렀습니다.

"오만 원!"

"육만 원"

"팔만 원"

"십만 원"

"이십만 원"

"삼십만 원"

"오십만 원..."

오천 원으로 시작된 돌멩이 값이 계속 오르기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돌멩이에 엄청난 신비가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한 듯 서로 그 돌을 사려 안간힘을 다 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처음의 그 노인이 비장하게 말했습니다. '내가 처음 그 돌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그러므로 내가 사는 것이 순리다'는 뜻을 밝히면서 말했습니다.

"자, 젊은이! 이제 더 고집부리지 말고 그 돌을 내게 백만 원에 파시오. 그것이 나의 마지막 소원이오."

그 말에 다른 사람들은 입이 딱 벌리면서 자기들에게는 그만한 돈이 없음을 한탄하며 물러섰습니다. 그 젊은이는

"나는 이 돌을 팔 수 없습니다. 단지 시세를 알아보러 여기에 나왔을 뿐입니다"

하고는 주섬주섬 돌을 보자기에 싸서 돌아갔습니다.

돌아오는 제자를 보며 스승이 그에게 말했습니다.

"알겠느냐? 사람들이 정하는 가치란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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