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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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곳 남산편지 289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타악기 연주가 이블린 글레니(Evelyn Glennie)는 이 시대 최고의 신예음악가 중 한명이며 타악기 독주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 주인공이다. 오케스트라나 밴드의 보조 악기로 여겨지던 팀파니, 드럼, 트라이앵글 등 타악기만으로 독창적인 독주회를 열어 세계 도처에셔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고 우리나라를 다녀 가기도 했다.

그녀가 받은 세계적인 상만도 대영제국 훈장(O.B.E), 그래미상 등 십여 개에다 명예박사 학위가 다섯개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전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 장애인이라는 점이다. 음악 역사를 통틀어 청각 장애를 극복한 작곡가는 많았다. 운명교향곡, 합창교향곡의 베토벤도 그러했고 교향시 '나의 조국'의 스메타나도 그러했다. 그러나 연주가는 그것과 사정이 다르다.

자신의 귀로 듣지 못하면서 어떻게 음을 맞추고 앙상블을 하겠는가. 말년의 베토벤이 청각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에서 '합창교향곡'을 지휘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실은 다른 사람이 모든 연습을 맡아 완벽하게 훈련을 시켜놓은 다음이었다.

사정이 이러한데 청각장애인인 이블린 글레니는 어떻게 연주를 할 수 있는가! 자신의 귀로 듣지 못해 평소 대화도 필기장을 통해 하고 있는데, 그런 그가 0. 001초의 작은 시간단위까지 따지는 음악 연주를 어떻게 해낼 수 있는가!

그녀는 여덟살 때 알 수 없는 귀 신경 마비 증세가 나타나 서서히 청각을 잃어갔다. 피아노에 재능을 보였던 그녀는 음악을 중단할 수밝에 없었다. 열여섯 살 무렵에 상태가 더욱 악화되어 귀가 거의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오케스트라에서 실로폰을 연주하는 친구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타악기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청각을 잃었다 해서 음악에 대한 사랑마저 포기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청각 장애로 인해 그녀는 엄청난 시련을 겪어야 했다. 귀 대신 몸으로 소리를 느끼는 독특한 훈련을 쌓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맨발을 바닥에 대고 북을 치면 그 미세한 진동이 발바닥으로 전해 와 그것으로 리듬과 소리의 강약을 가늠해야 했고 공기의 울림, 북의 떨리는 모양 등도 그녀가 소리를 이해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이용됐다.

그녀는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왕립 음악학교에 응시하여 사상 처음으로 합격한 청각 장애인 학생이 되었다. 음악 학교 진학 후에도 아침 일곱시 반부터 밤 열 시까지 매일같이 연습했다. 밥을 먹을 때나 화장실에 가서도 악보만을 생각했을 정도니 그 때는 삶 전체가 음악 뿐이었던 것 같다.

그러한 노력 때문에 졸업 때에는 최고의 성적을 기록, 여왕상을 탔다. 졸업 후 눈부신 활동으로 그녀는 단숨에 음악계의 신테렐라로 부상했으며, 게오르그 솔티, 로얄 심포니와 같은 세계적인 연주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도 성공적으로 가졌다. 자연히 세계 도처에서 공연 요청이 쇄도, 그녀는 최근 수년간 무척이나 바쁜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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