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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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날 2008-04-04 
실린 곳 《태백산맥 1》 
탱자나무 이야기
억센 가시를 가지마다 촘촘히 달고 있는 탱자나무는 그 생김과는 다른 전설을 가지고 있었다.

옛날에 자식 다섯을 데리고 과부가 살았다. 남편이 남기고 간 것이 없는 살림살이는 혼자의 힘으로 아무리 뼈가 휘도록 일을 해도 자식들 입에 풀칠하기가 어려웠다. 몇 년을 이 앙다물고 살아낸 과부는 더는 견디질 못하고 병이 들어 눕고 말았다. 그대로 굶어죽게 된 형편이었다. 그 소문이 나자 하루는 어떤 노파가 찾아왔다. 산 너머 부잣집에 큰딸을 소실로 보내면 논 닷마지기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큰딸은 열다섯 살이었다. 과부 어미는 딸에게 차마 그 말을 할 수 없어서 노파가 대신하기로 했다. 노파의 말을 들은 처녀는 하룻밤 하루낮을 운 끝에 그리 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노파한테 내세운 조건이 있었다. 닷마지기의 논 대신 그 값에 해당하는 쌀을 달라는 것이었다. 하나도 어려울 것 없는 조건이었다. 처녀는 쌀을 받은 날 집을 떠났다. 늙은 부자와 첫날밤을 지낸 다음날 저녁 처녀는 뒤뜰 감나무에 목을 매고 말았다. 늙은 부자는 처녀의 죽음을 안쓰러워하기는커녕 속았다고 펄펄 뛰며 당장 쌀가마를 찾아오라고 불호령을 쳤다. 하인들이 부랴부랴 처녀의 집으로 갔으나 식구들은 간 곳이 없었다. 이 소식을 들은 늙은 부자는 더욱 화가 나서 처녀의 시체를 묻지 말고 산골짜기에 내다버리라고 명령했다. 저런 못된 것은 여우나 늑대한테 뜯어먹혀야 한다는 것이었다. 처녀의 시체는 정말 내다버려졌다. 그런데 그날 밤 칠흑 같은 어둠 속을 헤치며 처져의 시체를 업고 가는 그림자가 있었다. 그건 처녀와 남몰래 사랑을 나누어왔던 사내였다. 사내는 남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평장(平葬)을 했다. 그런데 다음해 봄에 그 자리에서 연초록 싹이 터올라왔다. 그 싹은 차츰 자라면서 몸에 가시를 달기 시작했다. 사내는 그때서야 그것이 애인의 한스런 혼백이 가시 돋친 나무로 변한 것을 알았다. 아무도 자기 몸을 범하지 못하게 하려고 온몸에 가시를 달고 환생한 애인의 정절에 감복한 사내는 평생을 혼자 살며 그 한을 풀어주기 위해 산지사방에 나무 심는 일을 했다는 것이었다.

조정래, 《태백산맥 1》((주)해냄출판사, 1996), 179-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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