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김생원과 이 생원이라는 두 친구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었지만 막역한 사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김 생원의 아들이 결혼을 하게 되었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이 생원은 심부름꾼을 통해 축의금을 보냈습니다.
"아이고, 이렇게 고마울 데가 있나!"
김생원은 심부름꾼을 반갑게 맞이하여 봉투를 뜯었습니다. 봉투 속에는 엽전 한 냥과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습니다.
'친구, 자네 아들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축의금 두 냥을 보내네. 한 한냥은 외상이라네.'
"허허!역시 재미있는 친구야."
김생원은 껄껄 웃으며 봉투를 잘 간직해 두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 뒤였습니다. 이번에는 이 생원의 딸이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식을 들은 김생원 역시 심부름꾼을 이생원의 집으로 보냈습니다.
"김생원이 축의금을 보내왔군. 어디 볼까?"
이 생원은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봉투 속에는 엽전이 한 냥도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한 장의 편지에 이렇게 씌어 있었습니다.
'자네 딸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축의금 두 냥을 보내네. 단, 한 냥은 지난번 빚으로 제외하여 나머지 한 냥은 외상일세!"
"크으! 정말 못말리는 친구야."
이 생원은 이마를 탁 치며 한바탕 웃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