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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달리는 비극

by 마을지기 posted Jan 2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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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6-02-02
출처 안도현, 《증기기관차 미카》((주)문학동네, 2001), 67-69쪽
책본문 [간이역이 말했다.]

“미카, 화내지 말고 내 이야기를 더 들어봐. 사람들이 빠르게 이곳저곳을 다닐수록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은 사실이야. 그렇지만 빠르게 다니다가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도 많아.”

“중요한 것이라고…?”

간이역은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앞산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미카도 앞산을 바라보았다. 가을 하늘이 산 위에 붉은 치마를 펼쳐놓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가까운 산에 사는 나무들의 이름을 넌 얼마나 아니?”

예상치 않았던 질문 앞에서 미카는 잠시 허둥대지 않을 수 없었다.

“글쎄, 소나무 참나무 오리나무 벚나무… 그리고 단풍나무… 그리고….”

“이제 됐어. 그만 해.”

간이역이 손을 내저었다.

“그까짓 나무 이름을 아는 게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미카는 간이역이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졌다.

“학교에서 배운 것 별로 없고, 어디 먼 곳으로 여행 떠나본 적 없는 이 고장 사람들이 저 산의 나무에 대해 가장 많이 안다는 것을 알고 있니?”

“그래?”

“기차를 타고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저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었구나, 하고 감탄을 하겠지. 그러나 여기 사람들은 단풍 든 빛깔만 보고도 그 나무의 이름은 물론 나무의 나이, 생김, 쓰임새… 모르는 게 없다구. 그게 중요한 거야. 앞으로 말야. 점점 빨리 달리다 보면 사람들은 모두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될지도 몰라. 빨리 달리는 데 취해 있으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왜 사는지도 모르고 살아가게 될 거야. 그건 정말 비극이지.”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좀 더 빨리, 좀 더 많이!"를 외칩니다.
이것이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시켜 주는 동력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인간답게 사는 것,
사람과 자연이 어울려 함께 호흡하는 것,
이런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쳐져 있습니다.

성장을 위해서 원칙이 희생되어도 좋고,
이익을 위해서 도덕이 희생되어도 좋을까요?
그렇게 해서 많은 것을 누린다고 할 때
정말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이야기마을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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