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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가 죄인가?

by 마을지기 posted Dec 2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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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6-02-17
출처 테드 코언(강현석 역), 《농담 따먹기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소출판사, 2001), 48-49쪽
책본문 오랫동안 서로 알고 지내다 친한 친구가 되어 버린 세 사람의 성직자 ― 각각 가톨릭, 유대교, 성공회에 몸담고 있는 ― 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세 사람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가톨릭 사제가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자네들에게 한 가지 고백할 일이 있네. 지금껏 내 신앙을 지키려 최선을 다해 왔네만 때로는 타락의 길에 빠지기도 하고, 신학교를 다닐 때부터 자주는 아니더라도 종종 세속적인 지식을 구하거나 탐닉하기도 했다네.”

“오호, 그런 일이 있었구만.”

라비가 한숨을 쉬더니 말을 이었다.

“하나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 나 또한 자주는 아니지만 때때로 계율을 어기고 금단의 음식을 먹곤 했다네.”

두 친구의 말을 들은 성공회 사제가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그 정도는 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부끄럽게도 바로 지난주에 샐러드용 포크로 메인 코스 요리를 먹는 죄를 범했다네.”
성공회 사제가 샐러드용 포크로 메인 코스 요리를 먹은 것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성공회나 개신교에서는 음식을 금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대교 라비는 "너희는 새끼 염소를 그 어미의 젖으로 삶아서는 안 된다"(출애굽기 23:19)라는 성서의 법이 있기 때문에 유류와 육류를 섞어 먹으면 안 됩니다. 따라서 샐러드(소스에 우유가 들어감)를 먹던 포크로 메인 코스 곧 고기 요리를 먹으면 안 됩니다. 양식당에서 포크를 여러 개 놓아두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성공회 사제나 유대교 라비는 결혼을 해도 됩니다. 그러나 가톨릭 사제는 섹스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세 성직자가 지켜야 할 계율은 가톨릭 > 유대교 > 성공회 순으로 엄한 셈입니다.

가톨릭 사제는 유대교 라비나 성공회 사제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일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고, 유대교 라비는 성공회 사제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일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성공회 사제의 마지막 말에는 이런 것을 비꼬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뜻은 죄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고, 자기 양심을 속이는 것이 가장 큰 죄라는 것입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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