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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민족

by 마을지기 posted May 2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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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6-04-04
출처 정동주, 《소나무》(기획출판 거름, 2000), 40쪽
책본문 한국인은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푸른 생솔가지를 꽂은 금줄을 치고 사악한 기운으로부터 보호받으며 지상에서의 첫날을 맞았지요. 산모의 첫 국밥도 마른 솔잎(갈비)이나 솔가지를 태워 끓이고, 아해가 태어난 지 사흘째인 삼날이나 이렛째인 칠날에는 소나무로 삼신할미한테 산모의 건강과 새 생명의 장수를 빌었습니다. 그 아해가 자라면 소나무 우거진 솔숲이 놀이터가 됩니다. 솔방울을 장난감 삼아 놀면서 솔씨를 털어먹고 허기를 달랬습니다. 소년이 되면 봄마다 물오른 솔가지를 꺾어 껍질을 벗겨 낸 뒤 하모니카 불듯 송기를 갉아먹고 갈증을 달래며 유년의 봄을 건넜습니다. 어른이 되고서도 소나무껍질은 귀한 양식이 되었습니다. 소나무를 먹고 솔 연기를 맡으며 살다 죽으면 소나무관 속에 육신이 담겨 솔숲에 가 묻히는 생을 살았습니다. 무덤가엔 둥그렇게 솔을 심어 이승에다 저승을 꾸몄습니다.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태어나서
▶생솔가지를 꽂은 금줄로 보호를 받고
▶어머니는 솔가지로 끓인 미역국을 드시고
▶칠날 부모가 소나무 앞에서 건강을 빌고
▶어려서는 솔숲 놀이터에서 자라면서
▶장남감으로 솔방울을 가지고 놀고
▶솔씨를 털어먹고 허기를 달래고
▶송기를 갉아먹으며 갈증을 달래다가
▶어른이 되어서도 소나무껍질을 벗겨 먹고
▶솔 연기를 맡으며 일을 하다
▶소나무관 속에 담겨
▶솔숲에 가서 묻히고
▶죽어서도 동그란 솔을 친구 삼고….

이것이 예전 우리 민족의 삶이었는데,
지금 우리 도시는 소나무 구경도 하기
힘든 환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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