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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설교

by 마을지기 posted Jul 2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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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6-05-22
출처 최인호,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여백미디어, 2000), 150-152쪽
책본문 악마가 도시의 거리로 걸어 들어오자 많은 무리들이 곁으로 다가왔다. 악마는 입을 열어 이렇게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의 것이다”라는 예수의 말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가난한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극복할 만큼의 의지가 없는 사람이다. 마음껏 착취하고 수단을 가리지 않고 소유해서 부유한 부자가 되어야 행복한 것이다. 인간은 마음껏 지상의 풍요한 물질을 소유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라는 예수의 말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슬퍼하는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다. 바쁜 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는 서양 속담도 있지 아니한가. 인생은 즐거운 것이다. 마음껏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여라. 슬픔을 잊게 해줄 위로는 이 지상 위에 얼마든지 넘쳐흐르고 있다. 술과 마약과 도박과 섹스야말로 신이 내려준 위로가 아닐 것인가.

“온유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라는 예수의 말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온유한 사람은 거짓의 겸손을 가장하고 있는 위선자다. 마음껏 지배하고 명령하고 짓밟아라. 그래야만 영토를 확장하고 자신의 땅을 이 지상 위에서 차지하게 될 것이다.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만족할 것이다”라는 예수의 말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무엇이 옳은 일이고 무엇이 정의인가. 모든 정의는 힘에서 나오는 것이다. 일찍이 모택동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다. 목마른 자에게는 물 대신 고문을 주어라. 고문이야말로 인간의 불평을 잠재울 수 있는 최고의 묘약인 것이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라는 예수의 말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물론 자비를 베풀어라. 너희들이 일주일에 한 번은 교회라는 사교장에 가서 기도하는 행위를 봐서라도, 남에게 베푸는 약간의 자비는 너희들의 우월감을 만족시켜 줄 것이다. 그러나 자비를 베푸는 대신 그들에게 굴욕감을 주어라. 마음으로는 절대 베풀지 말고 약간의 돈으로만 자비를 베풀어야만 그들을 노예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자비야말로 팁에 불과할 것이니까,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을 뵙게 될 것이다”라는 예수의 말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성(性)은 인간이 가진 최고의 쾌락이다. 인간은 마음껏 성의 쾌락을 즐길 권리가 있다. 순결은 불감증이며, 정결은 좌절된 성이고, 절제는 부자연스러운 것이며, 부부간의 지리한 결합은 권태로운 것이다. 노라처럼 인형의 집을 뛰쳐나와라. 자유로운 성만이 그대를 해방시켜 줄 수 있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과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라는 예수의 말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이 지상 위에 평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환상일 뿐이다. 차라리 전쟁을 준비하라. 힘없는 자에게는 응징을, 도전하는 자에겐 폭력을, 적에게는 핵폭탄을 사용하라. 폭력은 아름다운 것이다. 내 말을 들으면 너희들은 인기와 명예를 얻고 권력과 재물을 아울러 받게 될 것이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받을 큰상이 이 지상에 마련되어 있다. 인생은 어차피 한순간의 찰나에 불과한 것, 지금 이 순간의 현재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사용처 1. 20060430 일 구미안디옥교회 주일예배 설교.
2. 20090621 일 구미안디옥교회 주일예배 설교.
▶가난한 사람: 자신의 운명을 극복할 만큼의 의지가 없는 사람.
▶슬퍼하는 사람: 게으른 사람.
▶온유한 사람: 거짓의 겸손을 가장하고 있는 위선자.
▶정의: 오로지 힘에서 나오는 것.
▶자비: 자기의 우월감을 나타내기 위한 행동.
▶성(性): 인간이 가진 지고지선의 쾌락.
▶평화: 이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 환상.

위의 정의에 동감하는 부분이 많다면 악마와 친해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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