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여기 줄지어 누웠는 넋들은

by 마을지기 posted Mar 30, 2006
Extra Form
보일날 2006-06-05
출처 구상, 《홀로와 더불어》(황금북, 2002), 22쪽
책본문 오호, 여기 줄지어 누웠는 넋들은
눈도 감지 못하였겠구나.

어제까지 너희의 목숨을 겨눠
방아쇠를 당기던 우리의 그 손으로
썩어 문드러진 살덩이와 뼈를 추려
그래도 양지바른 둔덕을 골라
고이 파묻어 떼마져 입혔거니
죽음은 이렇듯 미움보다도 사람보다도
더욱 신비스런 것이로다.

구상, 〈焦土의 詩 11〉 적군 묘지 앞에서 중.
서로 총질을 하던 적군이었지만
방아쇠를 당기던 바로 그 손으로
그들의 시신을 거두어 양지바른 곳에
고이 묻어주고 떼까지 입혀주었습니다.

살아 있을 적에는 적이었지만
죽고 나니 적대감마저 사라졌습니다.
아군 전사자들뿐만 아니라 상대편
전사자들까지 챙기는 것이 민족애일 터.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List of Articles
번호 보일날 제목 조회 수
1677 2003-12-15 진실로 이기려는 사람은 1467
1676 2003-11-18 세상 사람들의 이목 1638
1675 2003-12-30 미움에서 풀려나려면 1646
1674 2003-10-24 제자리 지키기 1654
1673 2003-12-27 산고의 의미 1658
1672 2003-10-14 수레바퀴 1659
1671 2003-12-28 그러면 헛되이 산 날이 아니다 1690
1670 2003-12-13 살아야 하니까 1695
1669 2003-11-30 어린이의 자는 얼굴 1697
1668 2003-08-17 세계의 여론을 신뢰하지 않는다 1700
1667 2003-12-20 누가 나설 것인가? 1701
1666 2003-12-25 품 안에 계시는 아이 1705
1665 2004-02-24 말없이 있어도 지루하지 않은 사람 1713
1664 2003-11-20 현재를 살아가는 일 1732
1663 2003-10-25 승패를 모두 버린 사람은 1735
1662 2003-11-17 목숨을 바친다는 것 1749
1661 2003-11-23 케이크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는 까닭 1749
1660 2003-12-26 크게 쓰는 사람과 작게 쓰는 사람 1749
1659 2004-03-10 꿈을 이루는 사람 1763
1658 2003-11-25 완전한 기계 177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4 Next
/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