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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빨리 더 많이

by 마을지기 posted Jan 2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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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7-12-03
출처 안도현, 《증기기관차 미카》((주)문학동네, 2001), 66-67쪽
책본문 간이역이 말했다.

“기관차가 더 많은 것을 더 빨리 실어 나를 때, 누군가 더 많은 것을 더 빨리 빼앗기게 된다는 것은 왜 생각하지 않는 거냐?”

“뭐라구? 빨리 빼앗긴다고?”

“그래.”

“그런 소리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구나.”

미카는 콧방귀를 뀌었다.

“바다에서 나는 생선만 해도 그래. 한꺼번에 많은 물고기를 인간에게 빼앗기게 되는 바다의 마음은 생각해보지 않았니? 그리고 중요한 것은 기관차가 내륙으로 생선을 실어 나른 뒤에 그냥 화물칸을 비워둔 채 다시 바다로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거야. 나는 여기서 열차에 실린 화물들을 죽 지켜보고 있었어. 생선을 실어다준 열차는 내륙에서 나는 곡식이며 목재며 석탄들을 또 그만큼 실어가는 걸 말이야. 그래서 빠르다는 게 문제가 되는 거야. 빠르다는 것은 서로 더 많은 것을 빼앗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밖에 되지 않아.”
바다에 사는 물고기들이 갑자가
숫자가 늘어난 것도 아닐 터인데,
사람들이 소비하는 생선은 근래 들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농산물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땅이 몸살을 앓은 지도 오래 됐습니다.
더 빨리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려고
공장도 24시간 가동하는 데가 많습니다.

우리가 더 많이 먹는다고 더 행복해질까요?
우리가 더 빨리 간다고 더 행복해질까요?
우리가 더 빨리 일한다고 더 행복해질까요?
우리가 더 많이 가진다고 더 행복해질까요?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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