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빨래터에서

by 마을지기 posted Mar 25, 2008
Extra Form
보일날 2008-05-06
출처 황석영, 《오래된 정원(상)》((주)창작과비평사, 2000), 231쪽
책본문 당신은 내가 자리잡은 빨래터의 건너편에 멀찍이 떨어져서 자리를 잡고 낚시질을 시작하고 나는 드디어 함지에서 빨랫거리를 꺼내어 물에 한가지씩 헹구기 시작합니다. 우선 작은 것들부터 헹구고 비누질하고 빨래판에다 벅벅 문지르고 나서 이불홑청 같은 큰 빨래는 맨 나중에 절반으로 접어 물속에 잠그고 몇 번이나 휘휘 저으며 헹구지요. 한부분씩 척척 접어가며 비누질을 해서는 빨랫방망이로 힘차게 두들기면 주변 들판과 골짜기에 경쾌한 소리가 메아리치는 거예요.

모래밭에 풍로를 놓고 번개탄에 불을 붙여서 숯을 얼기설기 얹고는 들통에 잿물 넣고 큰 빨래 작은 빨래 들을 차곡차곡 쟁여서 불 위에 올려 삶는 거예요. 이런 빨래 아마도 우리 또래에선 내가 제일 마지각으로 해봤을걸요. 세탁기에 돌리는 빨래란 얼마나 싱거운지.
남편은 건너편에서 낚시를 드리우고
아내는 이쪽에서 빨래를 하고….
요즘 관점으로 보면 성차별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일단 빨래를 흐르는 냇물에 헹군 다음
큰 빨래와 작은 빨래를 구분해서 비누질을 하고,
작은 빨래는 빨래판에 벅벅 문지르고,
큰 빨래는 방망이로 힘차게 두들기고….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List of Articles
번호 보일날 제목 조회 수
1677 2003-08-01 선(善)을 이루는 일 2121
1676 2003-08-02 둘 다 1927
1675 2003-08-03 학자 1928
1674 2003-08-04 유대 학문의 전체 2040
1673 2003-08-05 자식 가르치기 2003
1672 2003-08-06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2055
1671 2003-08-07 헛되이 보낸 시간이란 2051
1670 2003-08-08 행복은 언제나 불행과 함께 온다 2041
1669 2003-08-09 참을성을 잃는 것과 돈을 잃는 것 2046
1668 2003-08-10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1909
1667 2003-08-11 세 친구 1960
1666 2003-08-12 분노의 감정 관찰하기 1792
1665 2003-08-13 학교란 1890
1664 2003-08-14 결점 1837
1663 2003-08-15 인생의 일곱 단계 1887
1662 2003-08-16 유일한 승리 1822
1661 2003-08-17 세계의 여론을 신뢰하지 않는다 1700
1660 2003-08-18 초저녁 1807
1659 2003-08-19 작별인사 1790
1658 2003-08-20 허술한 지붕에서 비가 샌다 183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4 Next
/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