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논밭농사, 텃밭농사

by 마을지기 posted Apr 23, 2008
Extra Form
보일날 2008-05-09
출처 조정래, 《태백산맥 5》((주)도서출판 한길사, 1993), 88쪽
책본문 논밭농사 잘못 지면 일년을 굶어야 하고, 텃밭농사 잘못 지면 반년을 굶어야 한다는 말은 전혀 틀린 말이 아니었다. 논밭농사는 잘되면 잘되는 대로, 못되면 못되는 대로 소작료 바치고 나면 가슴 텅 비는 허망함을 남겼다. 그러나 텃밭농사는 그것이 비록 곡식은 아닐지라도 그런 허망한 상실감 없이 내 손으로 지어 내 입에 넣는 옹골지고 알찬 맛이 있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의 반찬거리가 넉넉해지느냐 아니냐는 텃밭농사를 얼마나 알뜰살뜰하게 짓는가에 달려 있었다. 바깥농사를 남자가 채를 잡는 농사라면 텃밭농사는 순전히 여자가 책임지는 농사였다. 넓을 수 없는 텃밭에 농사를 지어 두 철에 걸친 반찬거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은 가난한 살림살이를 꾸려가야 하는 농촌 아낙네의 부지런함과 슬기로움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논밭농사는 주식을 위해 남자들이 짓는 농사,
텃밧농사는 부식을 위해 여자들이 짓는 농사.
논밭농사를 망치면 일 년을 굶어야 하고
텃밭농사를 망치면 반 년을 굶어야 했답니다.

대부분의 농군들이 소작농이던 시절,
논밭농사는 반 이상이 자기 것이 아니지만,
텃밭농사는 모두 자기 것이 되었기 때문에
텃밭농사가 그만큼 소중했을 것입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List of Articles
번호 보일날 제목 조회 수
1677 2003-08-01 선(善)을 이루는 일 2120
1676 2003-08-02 둘 다 1927
1675 2003-08-03 학자 1928
1674 2003-08-04 유대 학문의 전체 2040
1673 2003-08-05 자식 가르치기 2003
1672 2003-08-06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2055
1671 2003-08-07 헛되이 보낸 시간이란 2051
1670 2003-08-08 행복은 언제나 불행과 함께 온다 2040
1669 2003-08-09 참을성을 잃는 것과 돈을 잃는 것 2046
1668 2003-08-10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1908
1667 2003-08-11 세 친구 1960
1666 2003-08-12 분노의 감정 관찰하기 1792
1665 2003-08-13 학교란 1890
1664 2003-08-14 결점 1837
1663 2003-08-15 인생의 일곱 단계 1886
1662 2003-08-16 유일한 승리 1822
1661 2003-08-17 세계의 여론을 신뢰하지 않는다 1700
1660 2003-08-18 초저녁 1807
1659 2003-08-19 작별인사 1790
1658 2003-08-20 허술한 지붕에서 비가 샌다 183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4 Next
/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