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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
2008-06-04 |
출처 |
조정래, 《태백산맥 8》(한길사, 1989), 291-292쪽 |
책본문 |
어디서인가 풀꾹새가 애절한 목태움으로 울고 있었다. 강파른 보릿고개를 이기지 못하고 죽은 어린 자식들을 뒤따라 죽은 과부의 넋이 이 산골 저 산골을 자식들 찾아헤매며 우는 목쉰 울음이라고도 했고, 첫날밤 정을 나누고 과거를 보러 떠난 임이 아무 소식도 없이 몇 해를 돌아오지 않아 기다림에 지쳐 죽은 여인의 넋이 임을 찾아 그리도 섧게 운다고도 했다. 너무 울어 목에서 피를 토하고, 제 피를 되마셔 목을 축이며 또 운다는 목쉰 피울음은 보릿고개 속 아리는 밤마다 지칠 줄을 몰라 풀꾹새는 사월이 다 가도록 섧고 섧게 울었다. 그런데, 새 한 마리를 두고 만들어진 두 가지 이야기는 그 내용에서 너무나 차이가 많았다. 하나는 배고파서 죽은 사연이고, 하나는 임 그리워 죽은 사연이었다. 배고픈 농민들이 지어낸 이야기와 배부른 양반들이 지어낸 이야기의 차이였다. |
사용처 |
1. 20120318 일 한울교회 주일예배 설교. |
'풀꾹새'는 두견이과에 속하는 철새로서,
'뻐꾸기'의 전라도 사투리라고 합니다.
'뻐꾹 뻐꾹' 한다고 해서 뻐꾸기요,
'풀꾹 풀꾹' 한다고 해서 풀꾹새이겠지요.
같은 곳에서 같은 '풀꾹새'가 우는 소리를 듣고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합니다.
배고픈 사람은 배고파서 죽은 사람을,
외로운 사람은 보고 싶은 그리운 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