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금덩이를 던져버린 형제

by 마을지기 posted Jul 11, 2005
Extra Form
보일날 2008-06-10
출처 최인호,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여백미디어, 2000), 55-56쪽
책본문 고려 말의 학자이자 명신(名臣)인 이조년(李兆年 1269~1343)은 호가 매운당(梅雲堂)인데 유명한 시조 '이화에 월백하고'를 지은 시인이기도 합니다.

소년시절 그는 형 억년(憶年)과 한강가를 걸어가다가 우연히 길가에서 금덩어리를 주웠습니다. 하나씩 나누어 가진 두 형제는 기쁨에 들떠서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동생 조년이 금덩어리를 강물 속에 던져버렸습니다. 깜짝 놀란 형이 묻자 조년이 대답하였습니다.

"형님, 금덩어리를 버리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금을 형님과 나누어 갖고 난 후 줄곧 욕심이 솟구쳐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형님이 없었더라면 내가 몽땅 가질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도 들고 형님의 것을 뺏고 싶다는 충동까지 느끼지 뭡니까. 그래서 나는 황금이 요물임을 깨닫고 버린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형 억년도 금덩이를 한강 물 속에 던져 넣으며 말하였습니다.

"나도 마음속으로 너와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하마터면 우리 사이에 금이 갈 뻔했구나."

후세 사람들은 형제들이 금을 던졌던 양천나루를 투금탄(投金灘)이라고 불렀습니다. 금덩어리를 던진 여울이라는 뜻이지요.
사용처 1. 20091005 월 성서인물이야기(구미YMCA).
2. 20120909 일 한울교회 주일예배 설교.
금 때문에 형제애에 금이 간다면
그것은 금(金)이 아니라 검(劍)입니다.
형제는 그런 사실을 알았던 까닭에
금덩어리를 물에 던져버린 것이겠지요.

금보다 귀한 것이 참 많이 있습니다.
사랑, 우정, 신의, 절개, 일관….
머리로 알고 입으로 말은 하면서도
금을 보면 눈이 머는 것이 우리들입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List of Articles
번호 보일날 제목 조회 수
1077 2005-03-03 악마가 바쁠 때 3004
1076 2005-11-05 아픈 사람의 마음 3145
1075 2005-07-07 아픈 날의 노래 2676
1074 2008-04-18 아프리카의 꿀벌 3173
1073 2009-03-24 아침을 사는 사람 3274
1072 2007-12-31 아침에 일어나면 이렇게 말하라! 3400
1071 2003-11-01 아침마다 받는 선물 2207
1070 2010-10-19 아첨과 칭찬 4465
1069 2003-08-25 아직도 아가씨를 업고 있소? 1808
1068 2010-09-03 아주 불쌍한 사람 5178
1067 2009-01-08 아인슈타인의 조크 3394
1066 2008-08-20 아이의 손을 잡고 잔디 위에 앉아라! 3303
1065 2005-04-16 아이를 가르치는 것 2874
1064 2005-09-30 아이들의 놀이 3790
1063 2003-11-26 아버지의 친구 1839
1062 2005-11-17 아버지의 유언 2667
1061 2003-11-02 아버지의 방 1952
1060 2006-02-01 아버지의 마음 3088
1059 2008-09-02 아버지가 쥐어준 소금 3181
1058 2008-12-01 아버지 337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 84 Next
/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