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비 오던 날의 추억

by 마을지기 posted Mar 25, 2008
Extra Form
보일날 2008-08-18
출처 황석영, 《오래된 정원(상)》((주)창작과비평사, 2000), 228쪽
책본문 당신과 나는 어떤 때 산 아래 내려갔다가 비를 맞고 돌아와, 흙으로 더럽혀진 고무신 발등에 물을 부어 깨끗이 헹구고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비벼 닦고 나서, 몸에 달라붙은 셔츠를 벗고 바지나 치마도 벗고 속옷까지 보송보송한 새것으로 갈아입고는, 이불을 둘러쓰고 턱을 괴고 나란히 엎드려서 비가 내리는 산천을 내다보았어요. 가끔씩 어깨를 으쓱하고 몸서리를 치면서 빗물이 모여서 또랑으로 세차게 흘러내려가는 소리를 듣곤 했지요.
밖에 나갔다가 비를 맞고 돌아와
흙 묻은 고무신을 샘물에 헹구고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비벼 닦고
속옷까지 보송보송한 새것으로 갈아입은 기분!

비를 맞는 것 자체는 우울한 일이지만,
오래지않아 젖은 몸과 옷을 말릴 수 있다면
그 우울함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쁨의 재료가 되는 셈이지요.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List of Articles
번호 보일날 제목 조회 수
1677 2003-08-01 선(善)을 이루는 일 2120
1676 2003-08-02 둘 다 1927
1675 2003-08-03 학자 1928
1674 2003-08-04 유대 학문의 전체 2040
1673 2003-08-05 자식 가르치기 2003
1672 2003-08-06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2055
1671 2003-08-07 헛되이 보낸 시간이란 2051
1670 2003-08-08 행복은 언제나 불행과 함께 온다 2040
1669 2003-08-09 참을성을 잃는 것과 돈을 잃는 것 2046
1668 2003-08-10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1908
1667 2003-08-11 세 친구 1960
1666 2003-08-12 분노의 감정 관찰하기 1792
1665 2003-08-13 학교란 1890
1664 2003-08-14 결점 1837
1663 2003-08-15 인생의 일곱 단계 1886
1662 2003-08-16 유일한 승리 1822
1661 2003-08-17 세계의 여론을 신뢰하지 않는다 1700
1660 2003-08-18 초저녁 1807
1659 2003-08-19 작별인사 1790
1658 2003-08-20 허술한 지붕에서 비가 샌다 183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4 Next
/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