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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포수가 들려준 이야기

by 마을지기 posted Jun 1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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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8-08-29
출처 박경리, 《토지 2》(솔출판사, 1993), 235-236쪽
책본문 어떤 포수가 사냥길에 노루를 만났다. 포수를 보고도 노루는 도망을 가지 않았다. 슬프게 쳐다보는 노루에게 망설임없이 총을 들이대는데 노루는 두 발을 들고 흔들어 보였다. 그것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시늉인 것 같았다. 이상하게 여긴 포수가 자세히 살펴보니 노루는 새끼를 낳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욕심 많은 포수는 그예 총을 놓아 노루를 잡았다. 노루를 떠메고 기분이 좋아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 앞 채마밭에 또 한 마리의 노루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포수는 재수 좋은 날이라 생각하며 그 노루도 거꾸러뜨렸다. 신이 난 포수는 마누라를 부르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웬일이냐? 마당에도 노루 한 마리가 우뚝 서 있었다. 포수는 화약을 급히 재어 그 노루마저 쏘아 거꾸러뜨렸다. 그러나 채마밭에 노루로 보였던 것은 그의 마누라였고 마당에 노루로 보였던 것은 그의 자식이었다.

― 어느 포수가 강포수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
자동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목적지를 안내하는 이정표를 못 보고
수십 킬로미터나 더 달리다가
차를 돌려서 되돌아온 일이 있습니다.

보아야 할 것을 못 보는 일,
쓸 데 없는 것이 눈이 보이는 일,
살다가 이런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엄청난 혼란이 생깁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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