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고유의 본성

by 마을지기 posted Nov 05, 2005
Extra Form
보일날 2008-09-11
출처 길희성, 《보살 예수》(현암사, 2005), 157-158쪽
책본문 가령 여기 책이 한 권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책이 ‘책’으로 존재하는 것은, 우선 그것을 책으로 취급하는 독자가 있어야 하고 읽는 행위가 있어야 하며, 나아가 책을 만든 사람과 출판사, 더 나아가 나무와 펄프 공장과 제지소, 그리고 산과 구름과 비 등 수없이 많은 요소가 다 함께 조건이 되어서입니다. 책은 온통 책 아닌 것으로 구성되어 있는 거지요. 그러므로 이 책은 존재론적으로 보아 그 자체의 존재성이 없으며, 책으로서의 고유한 본성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는 책을 다른 여러 이름으로 불러도 무방하지요. 나무-구름-학생-종이 등 복합 이름으로 부를 수도 있지만, 편의상 하나의 이름을 붙인 것뿐입니다. 또한 책은 다른 용도로 쓰는 순간 더 이상 책이 아닙니다. 휴지로 쓰는 순간 책이 아니라 휴지로 불러야 마땅하며, 화가 나서 누구에게 던지면 일종의 무기로 돌변하기도 하지요. 이렇게 사물이란 조건과 관계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독자적 존재도 아니고 고정적 본성이나 본질도 없다는 것이 공 개념의 진리입니다.
우리가 '내 몸'이라고 하지만 사실 '내 몸'에서
내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쌀, 물, 불, 공기, 흙 등의 물질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들어와서 '내 몸'을 형성한 것이지요.

그러므로 '나'라는 것은 편의상 부르는 말일 뿐,
고유의 존재성을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나'와 '너'는 하나일 수밖에 없고,
'나'와 '자연'도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List of Articles
번호 보일날 제목 조회 수
1437 2004-11-29 칭찬 클럽 2229
1436 2004-03-14 함부로 나대는 것, 함부로 뉘우치는 것 2231
1435 2004-08-05 만질 수 있는 기회를 줍시다 2233
1434 2004-09-21 백범(白凡) 2234
1433 2004-01-01 한 해를 시작하는 미소 2236
1432 2004-08-19 협력자를 찾아라 2239
1431 2004-05-20 임금과 백성 2240
1430 2004-03-12 싸움에서 인격이 나타납니다 2244
1429 2004-12-22 기필코 선을 행해야겠다는 마음 2244
1428 2004-03-09 입을 쓰지 않는다 2245
1427 2004-04-06 철학의 값 2249
1426 2004-01-24 성난 마음은 제 몸을 먼저 태운다 2252
1425 2004-08-17 가진 것에 감사하자 2252
1424 2004-05-10 신의 존재 2253
1423 2003-12-04 황당한 목표 2254
1422 2004-03-15 산을 오르며 2254
1421 2004-06-14 문화인과 고릴라의 동거 2256
1420 2004-10-11 기쁠 땐 감탄사를 아껴둡니다 2256
1419 2004-01-14 모든 것이 다 소중하고 필요한 것 2257
1418 2004-05-31 풍요롭게 살기 위하여 225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84 Next
/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