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내 둘레에 둥근 원이 있다

by 마을지기 posted Mar 26, 2005
Extra Form
보일날 2009-01-12
출처 류시화 편,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나무심는사람, 1999), 66-68쪽
책본문 일 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자리에 앉아 기도를 하고 명상을 할 수 있다.

십 미터 크기의 집 안에서는
편히 잠들 수 있고, 빗소리 또한 자장가처럼 들린다.

백 미터 크기의 밭에서는
농사를 짓고 염소를 키울 수 있다.

천 미터 크기의 골짜기에서는
땔감과 물과 약초와 버섯을 구할 수 있다.

십 킬로미터 크기의 삼림에서는
너구리, 찌르레기, 나비들과 뛰어놀 수 있고

백 킬로미터 크기의 산골 마을에서는
한가롭게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일천 킬로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여름엔 남쪽의 산호초를 구경할 수 있고
겨울엔 북해에 떠다니는 얼음산을 보러 갈 수 있다.

하지만 일만 킬로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지구의 어디로든 걸어갈 수 있으리라.

십만 킬로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반짝이는 별들의 바다를 항해할 수 있고

백만 킬로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더없이 환상적인 오렌지색 우주 공간에
동쪽엔 달이 떠 있고 서쪽엔 해가 떠 있을 것이다.

백억 킬로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태양계의 여러 행성들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고

일만 광년 크기의 원 안에서는
은하계가 봄날의 꽃처럼 피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리고 백억 광년 크기의 원 안에서는
안드로메다 성운이 흰 벚꽃처럼
회오리치고 있으리라.

이제 천억 광년 크기의 원을 그려 보라.
그곳에서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관념조차 사라진다.
그곳에서 당신은 다시 자리에 앉아 기도를 하고
명상을 하게 되리라.

(나나오 사카키)
사용처 1. 20160117 일 한울교회 주일예배 설교.
일 미터 크기의 공간에서 사물을 보는 것과
십 미터 크기의 공간에서 사물을 보는 것은
시야와 안목이 다를 수밖에 없고,
해석과 후속행동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행동반경을 넓히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생각의 반경을 넓히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생각의 원을 넓게 가질수록
우리의 말과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List of Articles
번호 보일날 제목 조회 수
1257 2004-08-14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광복 소식 2494
1256 2004-11-08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2494
1255 2004-07-22 리더를 격려하라 2495
1254 2005-02-25 화가 풀리지 않는다면 2495
1253 2004-07-06 숨을 내쉬며 난 미소짓는다 2496
1252 2004-04-01 어리숙해지는 일 2499
1251 2005-10-21 연필과 컴퓨터 2499
1250 2004-09-15 골난 사람 달래주기 2500
1249 2005-05-31 누가 그 음식을 먹겠느냐? 2504
1248 2004-04-10 비겁한 공격 2505
1247 2005-10-18 남자를 주방으로! 2506
1246 2004-06-07 신앙이 있으면 더 행복하다 2509
1245 2004-06-18 다람쥐의 건망증 2509
1244 2004-05-14 보수주의란 2510
1243 2005-03-18 하느님은 너무 멀리 있다 2513
1242 2005-04-29 자신감은 IQ보다 똑똑하다 2515
1241 2004-06-01 6월에는 땀을 흘리자 2517
1240 2005-08-11 자본주의 경제의 속성 2520
1239 2005-05-12 질문 2522
1238 2004-05-03 오월은 그렇게 서정적으로 오지 않았다 252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84 Next
/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