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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과 우남

by 마을지기 posted Apr 1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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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9-01-13
출처 조정래, 《태백산맥 3》(한길사, 1989), 234-235쪽
책본문 "그래, 백범이 우남보다 정치역량이 한 수 낮다, 백범은 우남에 비해 국제정치 기류의 파악능력이 모자란다, 백범은 혁명가일 뿐이고 정치가는 역시 우남이다, 별의별 말들이 다 많지. 허나, 그런 대조 비교는 양지쪽만 찾아 혈안이 된 현실주의자들의 얄팍한 입놀림에 지나지 않는 것이네. 백범과 우남은 민족관이나 국가관이나 정치관이 당초부터 판이한 극과 극이었으니 대조하고 비교하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일세. 두 사람의 차이는 신탁통치 반대서부터 확연하게 드러났네. 백범의 반탁은 또 다른 형태의 식민지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었고, 우남의 반탁은 자신의 집권욕구를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려 함이 아니었나. 여기서부터 백범은 역사적 대의명분의 길을 택했고, 우남은 반역사적 소아이익의 길을 택했네. 좌익진영의 찬탁과 우익진영의 반탁이 엇갈리는 소란 속에서 이승만 중심의 남한정부 단독수립이 싱가포르 통신을 통해 들어온 것이 사십육년 사월이었고, 우남은 마침내 유월 삼일에 남조선만이라도 즉시 자율적 정부를 수립해야 한다는 그 유명한 '정읍 발언'을 한 것이 아닌가. 백범의 입장에서 보면 그 발언은 곧 민족분단의 획책이었지. 같은 민족이 서로 상대되는 주의를 앞세워 정권을 수립함으로써 필연적으로 민족분단을 야기시킨다, 그건 백범으로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대사건이었지. 식민지시대에도 민족의 분단은 없었으니까. 그때부터 백범과 우남은 서로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고, 백범은 민족분단을 막고 통일조국을 이룩하기 위한 일념으로 금년 사월의 남북협상까지 분투했던 것이고, 우남은 자신의 집권만을 조직화한 것 아닌가. 백범이 미, 쏘 양군의 철수와 남북지도자 간의 협상에 의한 자주적 통일정부 수립을 주장하게 되었을 때, 이승만과 한민당 계열은 백범의 그런 구상이 비현실적이라고 일제히 비난을 하지 않았나. 그때 백범이 기자회견을 통해 한 말, 그것이 백범의 진실이고 사명감이었네. 자네도 기억하겠지?"

"예… 우리는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정도(正道)냐 사도(邪道)냐가 생명이라는 것을 명기해야 합니다. 이 대목만 겨우 기억하고 있읍니다."

― 서민영과 김범우의 대화.
위 인용부분은 서민영 선생의 말이고,
아래 인용부분은 김범우의 말입니다.
해방 이후 좌우 대립이 심각하던 시절,
백범 김구와 우남 이승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역사적 대의명분의 길을 택하는 것과,
반역사적 소아이익의 길을 택하는 것,
지도자가 어떤 길을 택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은 확연히 달라지게 됩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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