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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상 임상옥

by 마을지기 posted Jul 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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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9-02-26
출처 최인호,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여백미디어, 2000), 67-68쪽
책본문 임상옥(林商沃, 1779~1855)은 4대째 평안북도 의주에서 장사를 하던 가난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18세 때부터 중국에 사신길로 따라 다니다 마침내 인삼 교역으로 조선 최대의 거상이 되었던 무역왕입니다. 이른바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고 하여 상업을 가장 천시하였던 조선에서 거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그는 평생토록 상업의 정도를 지켜 나갔던 위대한 거인이었습니다. 그에게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습니다.

어느 날 세 명의 장사꾼이 돈을 빌려 달라고 찾아왔습니다. 임상옥은 각자 한 냥씩을 꿔주고 닷새 후에 장사를 해서 이문을 남겨 돌아오라고 말하였습니다.

한 사람은 짚신을 다섯 켤레씩 팔아 이익을 다섯 푼 남겨 왔고, 한 사람은 대나무와 창호지를 사다가 종이 연을 만들어 팔았는데 마침 섣달 열흘이라 대목을 봐서 한 냥을 남겨 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나머지 한 사람은 엉뚱하게도 백지를 한 장 사서그 종이 위에 '절간에 들어가 글을 읽을 터이니 비용을 대 달라'는 소지(素志)를 의주 부윤(府尹)에게 써 올린 후 열 냥을 빌려왔습니다. 이 말을 들은 임상옥은 짚신을 판 사람에게는 백 냥, 종이 연을 판 사람에게는 이백 냥, 허황한 짓을 한 사람에게는 서슴없이 일천 냥을 빌려주고 일년 후에 갚으라고 말하였습니다.

일년 후 다른 사람들은 나타났지만 그 마지막 사람만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6년이 지난 후 나타났을 때 그는 그 돈으로 인삼 씨앗을 사서 태백산 속에 들어가 씨를 뿌린 후 6년의 기다림 끝에 인삼 열 바리, 그러니까 십만 냥의 거금을 벌어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이 세 사람에 대해 임상옥은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습니다.

"짚신을 만들어 판 사람은 하루를 벌어 하루를 살 장사꾼에 불과하다. 종이 연을 만들어 판 사람은 때를 살필 줄 아는 작은 상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씨앗을 뿌린 상인이야말로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과 상업의 근본을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반드시 거상이 될 것이다."
사용처 1. 20051218 안디옥교회 주일예배.
짚신을 만들어서 팔려고 하는 사람은
하루 벌어 하루 살려고 하는 사람.
종이 연을 만들어 팔려고 한 사람은
때를 살필 줄 아는 작은 상인.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씨앗을 뿌린 사람은
상업의 근본을 보는 눈을 가진 사람.
거상은 거상을 알아보는 법입니다. 그는
대기(大器)는 만성(晩成)임을 알아보았습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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