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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

by 마을지기 posted Jun 1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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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9-07-14
출처 박경리, 《토지 2》(솔출판사, 1993), 230-231쪽
책본문 "…옛날옛적에 난리가 나서 도망을 가다가 어매가 죽었는데 어린 형제는 길가에 아무렇게나 묻었더란다. 그래 그 형제가 고생 끝에 성공을 했고 억만금을 모으고 보니께 노상 근심이라. 어매를 길에 묻고 온 일이 마음에 걸리더라 그 말이지. 그래 형제가 어느 날 함께 길을 떠났지. 어릴 적의 기억을 더듬어감서, 지성이믄 감천이라고 어매의 무덤을 찾았구마. 그래 돈이 없나 머가 없나, 형제는 수천금을 주고 명을 날리는 풍수를 데려다가 묘자리를 잡아놓고 이장을 서둘렀지. 사토장이가 무덤을 파고 무덤 뚜껑을 헤치자 동서리 겉은 김이 물씬 올라오지 않았겄나? 이때 풍수가 아뿔사! 하며 사토장이보고 급히 흙을 도로 덮으라 했지, 바로 그곳이 명당 자리였던 기라."

"그래서 우찌 되었노?"

영팔이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무덤을 열었이니 정기가 다 날아간 기지. 그러고 나서 그 형제는 일패도지라. 일시에 거지가 됐다 카더마."
김평산의 아내 함안댁의 시신을 묻으면서
동네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에
나오는 이야기의 한 대목입니다.

사람이 부자가 되고 거지가 되는 것이
어찌 부모의 무덤에만 달려 있겠습니까?
무엇이든 인위적으로 복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헛된 일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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