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사업

by 마을지기 posted Mar 25, 2008
Extra Form
보일날 2009-09-02
출처 황석영, 《오래된 정원(상)》((주)창작과비평사, 2000), 232-233쪽
책본문 내가 물이 줄줄 흐르는 홑청의 한쪽을 잡고 내밀면 당신은 군말없이 고분고분 다른 한쪽을 마주 잡아주어요. 그리고 물기 한방울 없이 힘껏 꼭 짜내지요. 다시 홑청을 펼쳐서 서로 양끝을 마주 잡고 만세를 부르듯이 위로 쳐올렸다가 뿌리치며 내리면 남은 물기가 말끔하게 빠지던 거였어요. 우리는 기다란 천을 자갈밭 위에다 펼쳐놓지요. 그러면 하얀 햇볕이 홑청 위에 가득 찹니다. 고만고만한 베갯잇도 방석덮개도 사이좋게 나란히 펼쳐두지요. 속옷들은 널찍한 바위 위에 널어두는데 바위가 햇볕에 뜨뜻미지근해져서 저절로 잘 말라요. 우리는 빨래들에게 좋은 자리는 다 내주고 모래밭으로 올라가 자리를 깔고 점심을 먹었지요.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은 살림의 단순한 일상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사업이 아닌가요.
냇가에 나가서 이불빨래를 하여,
남편과 아내가 힘을 합해 물기를 짠 다음,
그것을 양지바른 곳에서 말리고난 뒤,
부부가 점심을 함께 먹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은 부부 사이가 그만큼 좋다는 뜻이고,
밤에 덮을 이불과 집이 있다는 뜻이고,
밥을 굶지 않고 살 만한 형편이라는 뜻이니,
이것처럼 복된 집안도 찾기 힘들 것입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List of Articles
번호 보일날 제목 조회 수
1357 2004-07-23 모양보다는 기능이 우선이다 2342
1356 2004-05-11 서로 미소를 지으십시오 2344
1355 2004-12-28 물과 생명 2344
1354 2004-06-11 어쨌든 세월은 가지만 2345
1353 2004-06-15 편안한 명상법 2346
1352 2004-08-06 맛을 보기 전에는 소금을 치지 말라 2346
1351 2004-04-07 분노란 무엇인가 2350
1350 2004-08-02 끈기 있는 사람은 실패하지 않는다 2351
1349 2003-12-01 한국의 사회귀족은 누구인가? 2352
1348 2004-09-09 9월 9일 2353
1347 2004-07-20 언론의 자유 2354
1346 2004-11-11 훌륭한 사람을 떠받들지 마십시오 2358
1345 2004-06-17 사랑의 역사 2361
1344 2004-05-12 일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2365
1343 2004-06-21 예수님의 기적 2365
1342 2004-12-09 진인은 잘 드러내지 않는다 2365
1341 2004-09-14 안다는 것은 암 선고와 같다 2366
1340 2004-12-06 화장하는 것도 선행이다 2366
1339 2005-02-12 사랑하는 사이라면 2366
1338 2004-12-30 성자의 기도 237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84 Next
/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