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타인병작(他人竝作) 못하리라!"

by 마을지기 posted May 28, 2005
Extra Form
보일날 2009-10-26
출처 정동주, 《소나무》(기획출판 거름, 2000), 162쪽
책본문 잔솔밭 언덕 아래 굴죽 같은 고래실을
밤마다 쟁기 매어 씨던지고 물을 주니
두어라 자기 매득이니 타인병작(他人竝作) 못하리라

쉽게 풀이하자면 이렇습니다.

잔솔밭이 있는 언덕 아래 썩 기름지고 좋은 논을 얻어서, 밤마다 쟁기를 메고 가서 씨를 뿌리고 물을 주니 그 즐거움이 얼마나 큰가. 이 논은 본시 내 힘으로 사서 얻은 것이니 결코 다른 사람과 같이 농사를 짓고 수확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얼른 보기에는 농사짓는 일을 읊은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읽어 보면 사정은 전허 엉뚱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시는 소나무의 이미지를 빌려 끈적끈적한 에로티시즘을 은유하고 있거든요.

'잔솔밭'은 여성 거웃의 은유입니다. 잔솔밭 아래 기름지고 좋은 논이란 무엇이겠습니까? 여성의 성기를 일컫습니다. 그리고 '밤마다 쟁기를 메고 가서 씨를 던지고 물을 주니'에서 '쟁기'는 남성의 성기를 말합니다. '씨를 던지고 물을 주니'는 섹스를 가리키고요. '두어라 자기 매득이니 타인병작 못하리라'는 '내 여자(아내)를 어찌 다른 사내와 함께 사랑할 수 있겠느냐'라고 하는 다분히 문란한 성생활에 대한 풍자입니다.
사용처 1. 20050528 성경메모(잠언 5:15-17).
정동주 님의 책에 나오는 시조인데,
작자가 누구인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꽤 애송됐던 노래였던 것 같습니다.

애써서 얻은 논에다가 자기가 농사를 짓는 것,
월급을 남에게 빼앗기지 않고 자기가 쓰는 것,
남의 손 타지 않는 아내와 함께 사는 것,
평범한 일인 것 같지만 크나큰 행복입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List of Articles
번호 보일날 제목 조회 수
1617 2010-12-14 "나는 시간이 넘치게 많다!" 4384
1616 2010-12-13 사라진 암 덩어리 4327
1615 2010-12-10 웰빙 4378
1614 2010-12-09 밤마다 똑같은 꿈을 꾼다면 4822
1613 2010-12-07 "내 저녁 노을을 장엄하게!" 4886
1612 2010-12-06 단칸방 4743
1611 2010-12-03 당신이 선행을 했다면 4872
1610 2010-12-02 느슨한 시간, 풍요로운 시간 4736
1609 2010-12-01 "한 해가 그렇게 간다는 것은" 4798
1608 2010-11-30 "무얼 더 보태겠다시는가?" 4236
1607 2010-11-29 "산짐승과 들꽃은 병이 없다!" 4320
1606 2010-11-25 "간절한 마음으로 당부한다!" 4520
1605 2010-11-24 "전쟁보다는 낫다!" 4254
1604 2010-11-23 선택할 줄 아는 능력 4287
1603 2010-11-22 국화 4257
1602 2010-11-19 남을 사랑한다는 것은 4543
1601 2010-11-18 훌륭한 영혼 4247
1600 2010-11-17 "그 상식, 그 원리는 진리인가?" 4262
1599 2010-11-16 은행(銀杏) 4306
1598 2010-11-15 참다운 젊음이란? 429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4 Next
/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