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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따로, 생색 따로

by 마을지기 posted Aug 2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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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10-02-17
출처 이현수, 《신기생뎐》((주)문학동네, 2005), 51-52쪽
책본문 여염의 제사 규칙은 여자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다. 순전히 호적에 이름 석 자를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얼굴도 본 적 없는 시댁 조상을 위해 며칠 전부터 허리뻐가 내려앉고 손가락뼈가 무르도록 음식을 장만해 제상을 차려내도 여자이기 때문에 제사 참례는 꿈을 꿔볼 수도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한 거라곤 고작 밤톨 몇 낱 까고 꼴난 지방 한 장 써붙인 게 전부인데도, 남자들은 다 차려놓은 제상에 대고 절 한자리 넙죽 올리고는 제사는 자신이 지냈다 주장하니 폐일언하고, 그간 여자들 속 터지고 열불나게 했던 게 세간의 제사였다. 고생한 놈 따로 있는데 당신들은 손 안 대고 코 풀었네이, 따위의 뼈 있는 말 한마디 던질 생각도 하지 못하고 제주가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개비다, 뭔가 상당히 억울하긴 하지만 내색도 못 한 채 어물쩍 넘어가는 게 여염의 아낙들이었다.
요즘은 제사 풍속도 많이 달라져서,
며느리도 시댁 조상들께 제사를 지내고
사위도 처가 조상의 제사를 지냅니다만,
예전에는 위 내용과 전혀 다르지 않았습니다.

종교가 달라도 조상 공경심은 공통이어서,
각 종교정신에 맞게 제사 예식을 만들어
온 가족이 합의하여 제사를 지내고 있으니
우리나라처럼 복 받은 나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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